그동안 적어 온 이해 이야기를 한데 모았습니다
안녕하세요, 김도경입니다. 어느덧 주말입니다.
한 주 동안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은 '진짜 일을 잘한다는 것' 2권 7화입니다. 지난 화에서는 그동안 적어 둔 태도 이야기를 한데 모아 보았는데요. 이번에는 일을 받는 첫 순간에 필요한 '이해'를 다뤄보려 합니다.
이해는 제가 온라인카지노에 거의 처음 꺼낸 단어입니다. 2024년 11월 "일을 잘한다는 것 : 이해"를 하루에 세 편이나 연달아 올렸고, 2주 뒤에는 "이해와 요청"이라는 글도 썼습니다. 그 뒤로 시험 공부와 독서에 대한 글을 쓸 때도 이 단어가 빠지지 않더라구요. 일을 받았는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던 시절이 길었어서, 그만큼 오래 붙잡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흩어져 있던 글들을 한 편으로 묶어 보았습니다. 이해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어떻게 하는지, 어디에 쓰는지 차근차근 정리해 보겠습니다. 긴 글이지만 재밌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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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해란 무엇인가
이해했다는 말은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데요. 정작 어디까지 알아야 이해한 건지는 잘 모르고 썼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적은 글들을 다시 모아 보니, 제가 내린 정의는 이랬습니다.
- 크게도 보고 작게도 보면서, 큰 그림과 세부를 오가는 것 (2024)
- 내용을 쪼개고 나눈 뒤 다시 합쳐 핵심을 꿰뚫는 것 (2024)
- 이해한 것을 내 말로 다시 설명할 수 있는 것, 재현 (2024)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쪼개서 보고, 다시 합쳐 보고, 내 말로 다시 설명해 보는 것. 다시 말해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이해한 것입니다. 헤겔의 말을 빌리면 "남에게 설명해서 이해시켜야 진짜 아는 것"이고요.
2. 왜 이해가 필요한가
먼저 헛수고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저는 요청을 받으면 일단 손부터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한참 하고 나서야 상대가 원한 건 그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는 일이 잦았습니다. 일의 취지, 배경, 목적을 먼저 알았다면 하지 않아도 됐을 일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이 덜 버겁기 위해서입니다. 이유를 납득하지 못한 일은 똑같은 일이어도 훨씬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반대로 왜 하는지를 알고 나면 자연스럽게 동기가 생기고, 방향이 보이니 속도도 붙더라구요.
마지막은 상대와 부딪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요청한 사람의 상황과 의도를 먼저 이해하면,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 없이 일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같은 말을 들어도 상대가 왜 그 말을 했는지 알면 대응이 훨씬 쉬워집니다.
3. 어떻게 하는가
방법도 글마다 조금씩 다르게 적었는데, 모아서 순서대로 놓아 보면 이렇습니다.
1) 확대하고 축소하기 : '성과'라는 큰 단어를 개인의 노력, 팀의 협업, 시장의 반응으로 쪼개 봅니다. 반대로 여러 마케팅 전략을 "우리 브랜드의 가치를 고객에게 전하는 방법" 한 줄로 묶어 보기도 합니다. 큰 그림과 세부를 오갈 수 있어야 길을 잃지 않더라구요.
2) 임팩트 있는 문장 찾기 : 자료든 대화든 가장 중요한 한 줄부터 찾습니다. "성공적인 결과"라는 말이 나오면 그게 팀워크인지, 마감인지, 고객 만족인지 먼저 따져 봅니다.
3) 현상에 이름 붙이기 : "소통이 안 된다"를 "피드백을 주고받는 자리가 없다"로, "업무가 느리다"를 "정보 전달이 늦다"로 이름 붙여 봅니다. 이름이 생기면 무엇을 고쳐야 할지가 보입니다.
4) 취지 읽기 : 요청한 분이 무엇을, 왜, 어떻게 원하는지 묻습니다. 그분이 생각하는 우선순위를 알면 제 순서도 정해집니다.
5) 그림으로 그려 보기 : 글을 읽을 때 저자가 머릿속에 그렸을 이미지를 먼저 떠올려 봅니다. 그림이 안 그려지면 벤다이어그램이나 나만의 공식으로 바꿔 봅니다.
6) 변주하기 : 같은 뜻을 다른 말로 바꿔 봅니다. 토익으로 치면 패러프레이징인데요. 바꿔 말할 수 있으면 제 것이 된 거고, 안 바뀌면 아직 덜 이해한 거였습니다.
7) 재현하기 : 마지막으로 남에게 설명할 준비를 하듯 목차를 잡고, 예시를 붙여, 제 말로 다시 말해 봅니다. 제가 제 사수가 되어 검토한다고 생각하면 훨씬 와닿습니다.
그리고 이해가 막힐 때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도 같이 적어 두었는데요.
'이 일의 핵심은 무엇인가?'
'지금은 큰 그림이 중요한가, 세부가 중요한가?'
'왜 이 문장이 여기에 나와야만 했나?'
4. 어디에 쓰는가
일을 받을 때 씁니다. 바로 시작하기 전에 요청하신 분의 의도와 이 일의 최종 목표를 먼저 한 줄로 적어 봅니다. 그리고 쉬운 것부터 처리합니다. 부담이 줄어야 어려운 것도 이해가 됩니다.
새로운 일을 맡았을 때도 씁니다. 처음 보는 일 같아도, 지난 경험을 떠올려 점과 점을 이어 보면 대부분 어디선가 겪어 본 일과 닮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낯선 일 앞에서 너무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공부할 때도 씁니다. 그날 배운 걸 A4 한 장에 요약하고, 바카라을 덮은 채로 남에게 설명하듯 말해 봅니다. 제대로 설명이 안 되면 아직 이해한 게 아니라서, 그 부분만 다시 봅니다.
일을 부탁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이해해야 했던 것처럼 상대도 이해해야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청할 때는 배경과 취지를 먼저 설명하고, 이 일이 상대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도 같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5. 이해와 오해 사이
이해를 이야기하다 보면 조심하게 되는 것도 있습니다. 바로 "다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입니다. 확대만 하면 나무만 보고, 축소만 하면 숲만 보게 되는데요. 저는 둘 중 하나에 꽂히면 나머지를 잊어버리곤 했습니다. 그래서 이해했다는 생각이 들 때일수록 한 번 더 반대 방향으로 봅니다. 크게 봤으면 작게, 작게 봤으면 크게요.
그리고 이해는 결국 쌓이는 거였습니다. 처음엔 하나를 이해하는 데 한참 걸렸는데, 쪼개고 이름 붙이고 바꿔 말하는 연습이 쌓이다 보니 비슷한 일은 점점 빨리 보이더라구요. 예전 글 끝에 "삶은 우리가 쌓아 가는 말과 행동의 축적"이라고 적었는데, 이해도 딱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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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데 모아 놓고 보니, 제가 이해에 대해 하고 싶었던 말도 결국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쪼개서 보고, 다시 합쳐 보고, 내 말로 설명해 보는 것. 이걸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일이 제 손에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다음 주에 새로 맡게 될 일이 있으시다면, 시작하기 전에 그 일을 옆 사람에게 한 줄로 설명해 보시면 어떨까요. 다음 화에서도 그동안 적어 온 주제 하나를 골라 같은 방식으로 모아 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은 주말도 편안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