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만 쌓이던 폴더가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메모를 열심히 하면 일이 줄어드는 줄 알았어요.
노트 앱을 참 여러 번 갈아탔습니다. 새 앱을 깔 때마다 이번엔 진짜 정리가 될 것 같았고, 실제로 한 달쯤은 열심히 썼어요. 그런데 어느 날 세어 보니 문서가 몇백 개인데 일은 하나도 안 줄어 있었습니다.
미팅이 끝나고 "그때 그 조건이 얼마였더라" 싶으면 결국 검색창을 열었어요. 비슷한 제목을 열 개쯤 열어 보고, 그래도 못 찾으면 그냥 옆자리에 다시 물어봤습니다. 메모는 쌓여 있는데 꺼내 쓰지를 못했어요.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쌓아 두는 것과 꺼내 쓰는 것은 아예 다른 일이었어요. 저는 계속 쌓기만 하고 있었던 겁니다.
옵시디언이 다른 앱과 다른 점은 딱 하나예요
옵시디언도 그냥 메모 앱입니다. 화면도 수수하고, 처음 켜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도 깔았다가 두 번은 지웠습니다.
그런데 다른 앱과 다른 점이 하나 있어요. 옵시디언은 내 컴퓨터에 폴더를 하나 만들고, 그 안에 글자 파일을 그냥 쌓아 둡니다. 어딘가 서버에 올라가는 게 아니라 내 컴퓨터에 파일로 남아요. 옵시디언을 지워도 폴더는 그대로 있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그냥 폴더라서 다른 프로그램이 그 안을 뒤져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한테는 이 한 가지가 전부였어요.
그래서 AI를 붙일 수 있습니다
클로드 코드는 원래 개발자들이 쓰는 도구입니다. 저는 개발자가 아니라서 이름만 듣고 한참을 안 건드렸어요. 그런데 하는 일을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폴더 안에서 필요한 파일을 알아서 찾아 읽고, 시키는 대로 그 파일을 고칩니다.
코딩을 못 해도 상관없어요. 저는 지금도 코드를 못 씁니다. 제가 하는 건 그냥 한국어로 물어보는 게 전부예요.
예전에는 제가 폴더를 뒤졌는데, 이제는 뒤지는 쪽이 AI입니다. 저는 묻기만 하면 돼요. 답을 줄 때 어느 문서에서 가져왔는지도 같이 알려 주니까, 맞는지 틀린지 제가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폴더는 네 개면 충분합니다
처음에 제일 많이 헤맨 게 폴더 구조였어요. 분류를 예쁘게 만드느라 며칠을 썼는데, 결국 다 부수고 네 개로 줄였습니다.
규칙은 하나예요. 받은 건 손대지 말고 그대로 두고, 거기서 뽑아낸 것만 따로 쌓고, 밖으로 나가는 문서는 또 따로 둡니다. 이 순서만 지키면 나중에 "이 숫자 어디서 나온 거지"를 되짚을 수 있어요.
제일 중요한 건 안내문 한 장입니다
폴더 맨 위에 CLAUDE.md라는 파일을 하나 둡니다. 이름이 어려워 보이지만 그냥 글자 파일이에요. AI가 이 폴더에서 일할 때 매번 제일 먼저 읽는 안내문입니다. 폴더에 자료를 많이 쌓는 것보다 이 안내문을 잘 써 두는 게 훨씬 중요했어요. 전부 외우게 하는 게 아니라, 어디서 무엇을 찾으면 되는지 알려 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저는 여기에 이런 걸 적어 뒀어요. 이 폴더가 뭐 하는 곳인지, 숫자는 어느 문서에서만 가져와야 하는지, 저한테 보고할 때는 어떤 모양으로 써야 하는지. 특히 마지막이 중요했습니다. 안 적어 두면 매번 장황하게 써 오거든요.
이 한 장을 쓰기 전과 후가 제일 크게 달랐어요. 쓰기 전에는 매번 같은 설명을 다시 했고, 쓰고 난 뒤로는 안 해도 됐습니다.
붙이고 나서 달라진 것
제일 크게 바뀐 건 다시 묻지 않게 된 거예요. 예전에는 지난달에 뭘 어떻게 정했는지 기억이 안 나면 사람한테 물었는데, 이제는 폴더한테 묻습니다. 사람은 기억을 못 하지만 폴더는 다 갖고 있으니까요.
두 번째는 같은 실수가 줄어든 겁니다. 저는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는 편인데, 틀릴 때마다 그 내용을 폴더에 한 줄씩 적어 뒀어요. 그랬더니 다음번에는 AI가 먼저 지난번에 이렇게 틀렸다고 짚어 줍니다.
세 번째는 문서 쓰는 시간이에요. 예전에는 빈 화면부터 시작했는데, 지금은 폴더에 있는 것들로 초안이 먼저 나옵니다. 저는 고치기만 해요.
오늘 하실 건 세 개뿐입니다
저도 처음부터 이렇게 한 게 아니에요. 폴더 하나 만들고, 안내문 한 장 쓰고, 한 번 물어본 게 전부였습니다. 나머지는 쓰면서 계속 바뀌었어요.
다음 편에서는 그 안내문 한 장을 실제로 어떻게 쓰는지, 제가 뭘 적었다가 뭘 지웠는지 적어 볼게요.
ps. 저도 아직 잘 몰라서 매일 하나씩 부수고 다시 만들고 있습니다. 이미 써 보신 분 있으면 어떻게 쓰시는지 댓글로 알려 주세요. 제가 배우려고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