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가 끝나기 전에 이미 절반은 끝나 있더라고요
저는 회의록을 회의가 끝난 뒤에 쓰는 건 줄 알았어요. 하루에 미팅을 여섯 개씩 하던 때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저처럼 헤매는 분이 있을까 봐 적어 둡니다.
전 온라인 게임에서 성인 교육 과정을 운영할 때 이야기예요. 하루는 미팅이 여섯 개였습니다. 오전에 새 기수 시작 회의를 하고, 오후에는 한 시간에 하나씩 코치님과 멘토님을 만났어요.
이렇게 몰리면 머릿속이 섞입니다. 누구한테 일정표를 보내기로 했는지, 누구한테 계약서를 보내기로 했는지 헷갈려요. 누구는 두 달만 된다고 했고 누구는 오전만 된다고 했는데, 그것도 섞이고요. 그래서 미팅은 전부 구글 밋으로 녹음했습니다. 구글 밋에는 대화를 받아 적고 요약해 주는 기능이 있거든요.
AI 회의록을 다시 읽어 보니
편하긴 했는데, 믿고 손을 놓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제가 "메일로 정리해서 드릴게요"라고 했는데, 기록에는 "매일 드리겠다"고 적혀 있었어요. 두 달 동안 두 번이나요. AI 회의록 맨 밑에도 늘 정확한지 확인하라는 문장이 붙어 있었습니다. 웃고 넘길 일이지만, 이게 날짜였으면 큰일 났을 거예요.
끝나기 전에 소리 내서 정리했어요
그래서 미팅이 끝나기 전에 제가 할 일과 상대가 할 일을 소리 내서 한 번 말하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면 이렇게요. "저는 일정이랑 수업 내용, 계약서에 필요한 정보를 정리해서 보내 드릴게요. 코치님은 등록 코드만 받아 주세요."
나중에 AI 요약을 보니 제가 말한 그대로 들어가 있었어요. 제가 말로 정리하지 않았으면 그 목록은 안 나왔을 거예요. 대화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말이었으니까요. 회의록은 끝나고 바카라상에서 쓰는 게 아니라, 끝나기 전에 다 같이 듣는 데서 말해 두는 거였어요.
시작할 때 순서부터 말했어요
끝에만 정리한 건 아니에요. 어떤 미팅은 "먼저 기간이랑 맡으실 일을 말씀드리고, 그다음에 어떤 수업이 있는지 짧게 설명드릴게요"로 시작했더라고요. 이렇게 먼저 말하면 상대도 지금 어디쯤인지 알고, 저도 두 번째 얘기를 빼먹지 않아요. 회의록 양식을 찾는 분이 많은데, 저는 양식보다 이 한마디가 더 쓸모 있었어요. 시작할 때 말한 순서가 그대로 회의록 칸이 되거든요.
누가, 언제까지는 그 자리에서 물었어요
회의록에서 제일 자주 빠지는 게 날짜예요. "정리해서 드릴게요"는 있는데 언제 드리는지가 없어요. 동료와 새 과정을 짜던 회의 기록을 보면, 제가 "마감이 다음 주 월요일이니까 금요일에 초안을 한 번 맞춰 보자"고 혼잣말처럼 하고 있더라고요. 말은 엉망이었지만 날짜는 그 자리에서 정했어요.
당장 할 일이 아닌 건 따로 뺐어요. 한 기획 회의에서는 지금 정할 게 아닌 얘기를 "일단 기록만 해 두자"고 하고 넘어갔더라고요. 할 일과 적어만 둘 일을 섞지 않으려고요.
제가 요즘 하는 방법
1. 시작할 때 오늘 할 얘기를 두세 개로 먼저 말합니다. 그게 회의록 칸이 됩니다.
2. 끝나기 전에 제 할 일과 상대 할 일을 소리 내서 말합니다.
3. 할 일마다 날짜를 붙입니다. 애매하면 그 자리에서 언제까지냐고 묻습니다.
4. 지금 할 일이 아닌 건 기록만 해 두자고 따로 뺍니다.
5. AI 회의록은 초안으로 두고, 이름과 날짜만 다시 봅니다.
회의록은 결국 후속 메일이었어요
그때 미팅 기록을 쭉 보면 제가 제일 많이 한 말이 "메일로 한 번에 정리해서 드릴게요"예요. 코치님, 멘토님, 강사님 미팅 모두요. 지금 생각하면 그 메일이 진짜 회의록이었어요. 제 노트는 저만 보지만, 메일은 상대도 같이 보고 틀리면 바로 고쳐 주니까요.
한 코치님께는 "안 되는 날만 답해 주세요. 그걸로 계약서를 만들게요"라고 했어요. 답하기 쉬워야 메일이 회의록 역할을 하더라고요.
저도 아직 끝나기 전에 정리하는 걸 자주 까먹어요. 미팅이 끝나고 나서야 날짜를 안 물어봤다는 걸 알 때도 있고요. 그럴 땐 바로 메일을 보냅니다. 그게 제일 빨라요.
ps. 다음 화에는 일을 넘겨주고 넘겨받으면서 알게 된 걸 적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