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보내기 전에 확인하는 다섯 가지
회사에서 질문을 잘한다는 건 말을 잘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상대가 답하기 쉽게 물어보는 쪽에 가깝습니다.
저는 이걸 같은 질문을 네 번 하고 나서 알았어요.
지금은 병원에 영업을 다니는데요. 그전에는 어른들이 듣는 교육 과정을 만들고 운영하는 회사에 다녔습니다. 과정을 기획하는 것도 제 일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수업해 주실 분을 찾아 모시는 것도 제 몫이었어요.
그래서 처음 뵙는 분께 전화나 화상으로 부탁을 드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때 제가 얼마나 질문을 못 하는 사람인지 알게 됐고요.
1. 왜 묻는지를 앞에 붙인다
어느 날 수업해 주실 분과 온라인으로 처음 인사를 나눴어요. 그분은 다른 교육 회사에서 수강생 질문을 받아 주는 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제가 궁금한 건 하나였어요. 그 일이 언제 끝나야 저희 수업을 맡아 주실 수 있는지. 속으로는 11월쯤을 생각하고 있었고요.
그런데 제 입에서 나온 말은 이거였습니다. "언제부터 여유가 생기세요?"
그분은 "지금도 여유롭습니다"라고 답했어요. 틀린 답이 아니었죠. 제가 달력을 묻는다는 걸 말하지 않았으니까요.
네 번을 돌고 나서야 12월 30일이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11월쯤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요"만 붙였으면 한 번에 끝났을 거예요.
상대는 제 사정을 모릅니다. 이유를 모르면 자기 기준으로 답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지금은 질문 앞에 한 줄을 답니다. "제가 이걸 여쭤보는 이유는요."
2. 방법이 아니라 하려는 일을 말한다
개발자들 사이에 「XY 문제」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Y인데, 자기가 떠올린 방법 X만 물어보는 상황이에요.
"이 파일 두 개 어떻게 합치죠?"라고 물으면 파일 합치는 법만 돌아옵니다.
"이번 주 보고에 쓸 표를 만들려는데 자료가 두 군데 나뉘어 있어요"라고 하면, 상대가 더 나은 길을 알려 줄 수 있고요.
저도 같은 실수를 했어요. 그분께 "수업도 같이 하실 수 있나요?"라고만 물었거든요. 제가 걱정한 건 저희 수업 시간에 그쪽 학생 질문을 못 받게 되는 것이었는데, 그 말을 안 했습니다.
그 걱정을 그대로 말하고 다시 여쭤보니 답이 바뀌더라고요. 처음엔 된다는 쪽이었는데, 그때는 회사에 확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3. 답하기 쉬운 모양으로 자른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는 상대에게 기획을 시키는 질문입니다. 바쁜 사람일수록 답이 늦어요.
대신 고를 수 있게 드립니다. "A로 가면 이번 주 안에 되고, B로 가면 다음 주까지 갑니다. A로 진행해도 될까요?"
예전에 새 수강생 반 준비를 두고 선배와 짧게 회의한 적이 있어요. 제가 먼저 "그 뒤 일정이 안 정해져서 뭘 채워야 할지 여쭤보려고요"라고 말했더니, 선배가 바로 달력을 펼쳤습니다.
첫 주는 수요일 하루만 수업한다는 말을 듣고 나니 제 질문도 하나로 줄었어요. "그럼 수요일에 뭘 할지만 정하면 되겠네요."
그 회의는 몇 분 만에 끝났고, 제 할 일은 일정표 하나 정리해 드리는 것으로 정해졌습니다.
4. 내가 어디까지 해 봤는지 적는다
이미 확인한 걸 상대가 또 확인하면 시간이 두 번 듭니다.
"지난 회의록이랑 작년 자료는 봤는데 금액 기준이 안 보여서요. 혹시 따로 정리된 게 있을까요?"
이 한 줄이 있으면 상대도 겹치는 설명을 건너뜁니다. 저를 성의 있게 보는 건 덤이고요.
5. 언제까지 필요한지 말한다
기한이 없으면 상대는 급한 일부터 처리합니다. 제 질문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고요.
"급한 건 아니고 목요일까지만 주시면 됩니다." 이렇게 적으면 상대도 순서를 정할 수 있어요.
반대로 정말 급하면 급하다고 적습니다. 애매하게 두면 서로 손해입니다.
이건 안 하려고 합니다
- 한 번에 여러 개를 묻지 않습니다. 세 개를 붙여 보내면 보통 하나만 답이 옵니다.
- "혹시 시간 되실 때"로 끝내지 않습니다. 언제까지인지는 제가 먼저 적습니다.
- 답을 정해 놓고 묻지 않습니다. 동의만 받으려는 질문은 상대도 금방 압니다.
---
ps. 저도 아직 자주 까먹어요. 엉뚱한 답이 돌아오고 나서야 아, 그 한 줄을 뺐구나 합니다.
그래서 보내기 전에 딱 하나만 봅니다. 내가 왜 묻는지가 앞에 적혀 있는지요. 그러면 소통을 흔들리지 않고 이어갈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