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신고하는 날, 창업을 접고 나오는 길에

그날 저는 배가 고팠습니다

by김도경 dkkim

병원에 솔루션 파는 영업자입니다.

leo2010.jpg디카프리오를 좋아해서 첨부했습니다. 첨부한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3년 하던 회사를 접고 세무서에 폐업 신고를 하러 갔습니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린 시간이 서류를 내는 시간보다 길었습니다.

직원분은 서류를 3분쯤 보시더니 "네, 처리됐습니다"라고 했습니다.


3년이 3분이었습니다.

왜 접었는지, 매출이 얼마였는지는 묻지 않았습니다.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그날 처리한 여러 건 중 하나였을 겁니다.

건물을 나오니 점심때가 지나 있었습니다.


근처 김밥집에서 라면을 시켰습니다.

먹으면서 휴대폰을 봤는데 알림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3년 동안 하루에 백 번씩 울리던 기기입니다.

라면을 다 먹고 30분쯤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갔습니다.


지금은 병원에 솔루션을 파는 일을 합니다.

원장님들을 만나다 보면 가끔 그날 저와 비슷한 표정을 하고 계신 분이 있습니다.

이미 답을 알고 있는데 아직 말하지 않기로 한 얼굴입니다.

그럴 때는 제품 얘기를 꺼내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는 저도 설명하지 못합니다.

무언가를 접어 보신 분들께 묻고 싶습니다.

그날, 뭘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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