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하던 회사를 접기로 마음먹은 날이 있었습니다.
그날 저는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공동대표에게도, 팀에게도요. 통장을 열어보고 남은 달을 세어본 게 전부였습니다.
1. 끝은 갑자기 오지 않았습니다
접는 결정은 어느 날 갑자기 내려지지 않습니다.
두세 달 전부터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걸 입 밖으로 내는 순간 진짜가 되기 때문에 말하지 않을 뿐입니다.
그 사이에 하는 일이 있습니다. 새 미팅을 잡고, 자료를 고치고, 다음 달 계획을 세웁니다. 그게 회복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 결정을 미루기 위한 행동이라는 걸 스스로도 압니다.
2. 제일 무서웠던 건 실패가 아니었습니다
돈이 떨어지는 건 계산이 됩니다. 언제까지 버티는지 숫자로 나옵니다.
무서웠던 건 저를 믿고 들어온 사람들에게 뭐라고 말할지였습니다.
매출도, 투자도 아니고 그거였습니다. 회의실에서 "이번 분기만 넘기면 됩니다"라고 말했던 제 목소리가 계속 걸렸습니다.
3. 지금 영업을 하면서 그 얼굴을 다시 봅니다
지금은 병원에 솔루션을 파는 일을 합니다.
원장님들을 만나다 보면 그때 제 얼굴을 하고 계신 분을 가끔 뵙니다. 이미 답을 알고 있는데 아직 말하지 않기로 한 얼굴입니다.
그럴 때 저는 제품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 자리에서 필요한 건 솔루션이 아니라, 그 결정을 혼자 지고 있지 않다는 감각이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4. 접은 게 실패였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접고 반년쯤 지났을 때, 우리가 하려던 걸 그대로 하는 회사가 투자를 받았습니다.
그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거봐 되는 거였잖아"가 아니라 "우리가 못 버틴 거구나"였습니다.
아직도 그게 맞는 판단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때 배운 것 하나는 확실합니다.
버티는 것과 미루는 것은 다릅니다. 그리고 그 둘을 구분하는 건 언제나 밖이 아니라 안에 있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