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율이 낮은 병원들이 실제로 하고 있던 세 가지
원장님들 뵈면 예약 부도 이야기가 꼭 한 번은 나옵니다.
"오늘도 세 명 안 왔어요."
그러면서 대체로 두 가지 중 하나로 흘러갑니다. 요즘 환자들이 약속을 가볍게 본다는 이야기, 아니면 예약금을 받아야겠다는 이야기.
부도가 적은 병원은 위약금이 세지 않았다
병원 여러 곳을 옆에서 보다 보면, 부도율이 눈에 띄게 낮은 곳들이 있습니다. 그 병원들이 특별히 무서운 위약금 정바카라을 쓰고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돈을 거의 안 쓰는 쪽에 가깝습니다.
제가 관측한 건 세 가지입니다.
1. 예약을 잡는 그 순간의 문장이 다르다
"그럼 화요일 3시로 잡아드릴게요"에서 끝나는 병원과, "화요일 3시요. 그날 오시면 오늘 말씀하신 그 부분부터 볼 거예요"까지 붙이는 병원이 있습니다.
앞의 문장에서 환자가 기억하는 건 시간뿐입니다. 뒤의 문장에서 환자가 기억하는 건 이유입니다. 사람은 시간 약속은 쉽게 미루지만, 이유가 붙은 약속은 잘 못 미루더라구요.
2. 리마인드를 언제 보내느냐가 다르다
대부분 전날 저녁에 보냅니다. 그런데 부도가 적은 병원은 두 번 보냅니다. 예약을 잡은 직후에 한 번, 그리고 전날에 한 번.
직후에 보내는 게 왜 중요하냐면, 그때가 환자가 우리 병원을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전날 저녁에 처음 연락이 가면 환자 입장에서는 이미 흐려진 기억을 다시 꺼내야 합니다. 흐려진 약속은 취소하기가 쉽습니다.
3. 안 온 다음에 무엇을 하느냐가 다르다
부도가 나면 대부분의 병원은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기분이 상했으니까요. 그런데 여기가 갈리는 지점입니다.
한 번 안 온 환자는 병원 입장에서 이미 사라진 사람처럼 보이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그냥 그날 못 간 사람입니다.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는 동안에는 다시 오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부도가 적은 병원은 다음 날 짧게 한 줄을 보냅니다. 다그치지 않고, 다시 잡아드릴까요 정도로요.
결국 하나로 정리된다
예약 부도는 환자의 태도 문제가 아니라, 약속이 얼마나 선명하게 남았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건 돈이 드는 일이 아닙니다. 예약을 잡을 때 한 문장을 더 붙이고, 연락을 한 번 더 보내고, 안 온 다음 날 한 줄을 쓰는 것. 위약금 정바카라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싸고, 훨씬 덜 불편합니다.
다만 이걸 사람이 매번 기억해서 하기는 어렵습니다. 예약이 하루 수십 건씩 잡히는 병원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대체로 사람의 성실함이 아니라 구조로 풀어야 하는 영역이라고 봅니다. 누가 받든 같은 문장이 나가고, 정해진 시점에 자동으로 나가도록요.
원장님 병원은 지금 예약을 잡는 그 순간에 어떤 문장이 나가고 있나요? 한 번 들어보시면 생각보다 병원마다 다릅니다.
부족하지만 재밌게 읽어주셨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매일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