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진학문제

by진화정


아웃사이더

(진학문제)


어느 날, 담임 선생님이 생기부 정리하면서 장래희망에 대해 물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바카라 읽고 글 쓰는 게 좋았기에 작가를 언급했고, 부모님은 내가 교대에 가기를 원했기에 교사를 언급했다. 그래서 내 고등학교 생기부에는 장래희망에 교사와 작가가 기록되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정말 집중해서 공부다운 공부를 하지 못했기에 아쉽지만, 나는 그 시간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데 썼다. 음악도 많이 듣고, 영화도 많이 보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내가 국문학과를 가야 하나 고민중일 때, 친구가 영문학과를 가자고 권유했다. 그 친구는 중학교 때부터 영어를 잘해서 영어말하기 수업을 따로 받았지만, 나는 중학교 올라가서 겨우 알파벳을 제대로 배웠다. 그래도 영어를 전공하면 세계화 시대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고 무모하게도 나는 친구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어차피 영문학도 문학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경희대와 숭실대에 영문학과로 수시 지원했었는데, 친구는 경희대에 붙었고 나는 떨어졌다. 이제 정시만 남았다.


그 해 11월, 수능시험을 봤는데, 400점 만점에 356점 정도가 나왔다. 부모님은 집에서 통학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대학이 아니면 못 보낸다고 못을 박았기에, 나의 선택지는 몇 가지로 줄어들었다. 미션스쿨인 연세대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아무리 농어촌 전형으로 지원한다고 해도 연세대는 힘들고, 또 다른 미션스쿨인 명지대에 지원하거나 집 근처에 있는 김포 전문대에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그 점수에 김포대를 가기엔 많이 아쉬웠고 나는 명지대에 지원했다. 다행히 정시에 붙어서 나는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시골촌년이 버스를 타고 도로 위에서 4시간을 보내야 했기에 등하교가 쉽지 않았다. 이른 아침 버스를 타고 신촌에 내려서 다시 버스를 기다렸다가 갈아타고 모래내 시장을 지나 남가좌동에 내려서 쭉 걸어가면 명지대 서울캠퍼스가 나왔다.


신입생 오티를 놓치는 바람에 나의 새내기 대학생활은 어딘가 꼬인 채로 흘러갔다. 컴퓨터를 다루는 게 익숙하지 못했던 나는 혼자 수강신청을 하다가 낭패를 보았다. 대학에서 온라인 수강신청 이 도입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었기에 수강 시스템이 미비했고 불안정했다. 미리 접속을 했는데도, 영문과 1학년 수업이 일순간 모두 마감이 되어버려서 나는 3, 4학년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3, 4학년이 수강하는 전공수업은 내게 너무 벅찼다. 특별히 영어를 잘하지도 못했던 나에게 전공수업은 고문이나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어떻게든 따라가려고 노력했지만, 나중엔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차라리 그 시간에 좀 더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학교 밖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나는 싸이월드에 나의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나의 생각과 느낌을 글로 써내려 갔다. 그리고 거기서 소통하고 친해진 사람들과 실제로 만나서 교류하게 되었다. 따로 일을 하면서 시나리오를 쓰고 독립영화를 준비하는 분을 만나게 되었고, 그분의 지인들과 함께 독립영화를 찍기도 했다. 감독의 특이한 시선을 담은 영화였는데, 그것을 위해서 우리는 서울의 여기저기를 찾아다니며 촬영을 이어갔다.


나는 1학년 시간의 대부분을 대학교 지하에 있는 학과방에서 보내거나, 영화를 찍고 사람들과 어울리느라 학교 밖에서 보냈다. 성적표에 F가 찍히고 학사경고를 받은 것도 너무 당연한 결과였다. 부모님께 많이 혼나고 욕을 먹었지만, 없는 돈에 영화를 찍겠다고 돌아다니느라 배고프고 힘들었어도, 참 재밌었던 기억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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