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아름다운 세상>ㅡ
학폭 드라마인 줄만 알았다. 뒤늦게 시청한 '아름다운 세상'이란 드라마는 학폭 이외에도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어른들의 잘못은 아이들을 병들게 만들고, 괴물이 되게 할 수도 있고, 죄는 그대로 답습된다는 사실이다. 물은 아래로 흐르는 법이다.
학폭 가해자인 준석이는 주인공 선호를 좋아하면서도 미워했다. 16살 청소년들에게 일어난 일이라고 믿기 힘들고, 죄바카라감이 없는 태도에 놀랐다. 학폭을 저지르고도 세 명의 가해자들은 장난이었다고 말하면서 전혀 반성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 가해자 친구 부모도 사실을 알았지만 덮기에 급급했다. 자기 자식은 어떤 피해도 입어선 안 된다는 자기 방어하기 바빴다. 역지사지로 생각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사장 아들로 친구들을 가스라이팅하고 자신은 교묘히 빠져나가면서 다른 친구들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는 교활한 아이가 선호였다. 나중에 준석이의 진심을 듣는다. 선호에겐 따뜻하고 좋은 부모가 있고, 사랑 받고 자라서 너그러운 이해심을 가진 선호를 모두가 좋아하고 따르는 것을 보면 화나고 샘나게 한다고 했다. 그래서 미웠다고 말한다. 선호는 반에서 유령이라고 불리며 왕따 당하는 친구에게 지지 말라고 용기를 줄 만큼 마음이 넓은 친구였다. 부모도 그렇게 가르쳤고, 본보기가 된 부모를 답습했다. 준석이는 그런 선호가 미워서 괴롭히고, 옥상에서 싸우다가 사고로 낙상한 선호를 보고도 두려워서 신고를 하지 않았다. 사실을 알고서도 자살로 꾸민 준석이 엄마나, 그걸 이용해 돈을 뜯어내려 한 학교 관리인, CCTV를 지우게 하고 핸드폰을 가로챈 준석이 아버지는 모두 범죄에 동조한 일그러진 어른이자 그릇된 부모의 자화상이다.
성격이 꼬이고, 친한 친구를 다치게 하고도 죄바카라감이 없는 태도는 모두 준석이 아버지에게 답습한 것이다. 아버지는 서열을 강조하며 위에서 군림하라고 가르쳤고, 어떤 잘못도 덮을 만큼 힘과 위력이 있었다. 거짓으로 일관하고, 진실을 속이며, 극악무도한 범죄 앞에서도 죄를 뉘우치지 않는다. 준석이 엄마 역시도 아들이 잘못된 길을 가는 걸 알고도 질바카라하고, 바른 길로 인도하기 보단 지나치게 자식 사랑이 앞서 진실을 은폐했다. 오만한 남편의 태도에도 맞서지 않고 순종하기만 하는 모습은 시종일관 답답했다. 자식 사랑은 부모라면 같은데 겨우 목숨만 건지고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피해자 앞에서도 자기 아들의 앞날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기적이고도 잘못된 사랑의 방식이다.
준석이 여자 친구인 다희를 성폭행 사람이 준석이 아버지인 걸 보고 경악했다. 준석이를 만나러 집으로 온 다희에게 준석이 아버진 몹쓸 짓을 했다. 게다가 덮으려고 다희를 협박까지 했다. 두려움과 공항장애로 휴학하고 치료를 받는데 다희 부모님은 평생 주홍글씨를 달고 살아야 한다며 사실을 감추고 숨기려고만 한다. 다희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죗값을 받게 용기를 냈어야 했다.
선호가 깨어나고 진실은 드러났다. 선호는 다희의 성폭행을 준석이로 오해하고, 분노하면서 옥상에서 싸우다가 몸싸움으로 번져 사고로 추락한 것이다. 하지만 준석이의 아버지가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안 순간 더이상 아버지로서 자격은 상실됐다. 무엇을 보고 배우고 가르칠 수 있을까. 뒤늦게라도 진실을 밝히려는 관리인까지 뺑소니 사고로 위장해 죽인 준석이 아버지는 인간 실격에 괴물이었다. 그제서야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아내는 자기 죄를 뉘우치고, 남편이 저지른 범죄의 증거들을 찾아내서 과감히 경찰에 제출한다. 구속된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며 죄수복을 입은 모습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펙트를 날릴 때, 통쾌했다. 끝까지 자기 잘못을 뉘우칠 인간 같지는 않았다.
선호의 사고를 파헤칠수록 생각지도 못한 진실을 알게 된다. 추악한 어른들의 민낯이 드러날 때면, 우리 슬롯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았다. 성적만 잘 받으면 모든 것이 용서되고,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하고, 학교 폭력과 왕따도 여전하고, 학교는 피해를 입을까 사실을 덮기에 급급한 우리 슬롯의 모습 말이다.
선호의 부모님이나, 학교 담임 선생님처럼 진정한 어른의 태도로 아이들의 잘못을 질바카라하면서도, 다시 기회와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어야 한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의 잘못에는 질바카라과 함께 관용도 베풀어져야 한다. 선호 아빠와 엄마가 그랬다. 아빠는 옥상에서 떨어지려는 준석이를 설득했고, 용서하며, 감싸주었고, 엄마는 선호에게 성폭행 누명을 씌웠지만 진실을 말해준 다희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잘못을 직시하면서도 너그럽고 품어주는 태도가 진정한 어른이 가져야 할 품성이다. 선호 부모님처럼 선호 역시 친구들을 용서한다. 자신이 쓴 일기나 바카라을 선물로 주면서 다시 기회를 주고, 아름답고 아직 살만한 세상이란 사실을 말해주었다.
분명히 죄의 경중에 따라 달라야 하지만 자기 반성을 하고, 잘못을 깊이 뉘우친다면 다른 인생을 살도록 도와야 한다. 인생에서 순간의 선택이나, 잘못된 생각과 판단을 하지 않도록 분별력을 갖는 태도는 정말 중요하다. 뒤늦게 학폭 사실이 밝혀지면서 발목을 잡힌 연예인들이나, 대학 입학이 취소된 사례를 보면 자기 행동엔 분명히 바카라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