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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곳이 아무리 시골이어도 스펙 좋은 발레 선생님들한테 엄격한 발레 훈련으로 발레의 역사를 몸에 새겼다고 나름 자부했었는데, 최근 지인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그 지인은 올 여름 몇 달간 서울로 발레를 배우러 다녔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서울 발레는 다르더라구요."
순간 '아, 내가 우물 안의 개구리였구나.'를 깨달으면서 강한 충격을 받았다.
여초집단의 성향이 강한 발레가 그래도 서울에서는 연인끼리 배우는 커플들이 있어서 '파드 되 수업'이 따로 있다고 한다. 발레 학원에 남자 선생님들도 있어서 커플 수업이 아니더라도 파드 되 수업을 받는 여자 회원들도 있다고. 이런 경우는 회원들 자신부터가 춤빨이 되는 경우이다.
탱고에서 파드 되는 남자가 여자를 리드하는 춤이지만 발레에서 파드 되는 무용수들 각자가 비르투오소여야 가능하다.
발레 클래스에서는 선생님들이 이렇게 가르친다. "발레 바는 발레리노 손." 배는 닫고 허리는 길게 쓰고 어깨는 열면서 횡경막 호흡으로 에너지를 위로 끌어올리면서 몸의 중심축을 잡아야 발레 바에 의지하지 않고 발레 테크닉을 제대로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하시는 말씀이다. 신체의 무게를 발레 바에 의지하지 않고 발레 바는 발레리노 손이라고 생각하면서 손을 살포시 그 위에 얹는다는 느낌으로 올려야 홀로서기가 가능하다고.
내가 파드 되를 배운 적은 전혀 없기에 쓸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이다. 발레에 처음 입문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그랑 제떼를 했던 어느 날 그 날 수업을 담당했던 여자 선생님이 내가 그랑 제떼를 뛰는 순간 발레리노가 발레리나 서포트 해주듯이 내 허리를 잡아주었다. 그 순간 평소의 무게보다 그 이상으로 붕뜬 느낌, 짧았던 순간이었고 그 이후에는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그 날의 느낌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두두리노가 우리 학원에 발레 특강을 왔던 날 특강이 끝난 후 기념 사진을 찍고 사인회도 열렸다. 그 때 피지컬이 좋은 어느 회원분이 아라베스크를 한 순간 두두리노가 다가가 "지금 이 상태에서 지탱다리를 파쎄 해보세요."라고 하자마자 두두리노가 그 회원분의 중심축을 잡아주고 그 회원분이 파쎄를 했더니 작품 속에서 봐 왔던 파드 되 동작이 그림처럼 나왔다. 눈 앞에서 보는데 어찌나 황홀했는지.
하지만 현실은 나 하나 감당하기 힘들다. 그리고 발레의 세계가 여초집단이라 남자들이 용기있게 입문하다가도 대부분 금방 그만두는 것도 현실이다. 몇 년 전에 어느 20대 남자분이 용감하게 우리 발레 학원에 등록을 했다. 그리고 여자들한테 둘러싸여서 첫 수업을 받았다. 여자회원들 중에 장난기가 많은 언니가 있었는데, 그 언니가 남자 회원분에게 "총각 몇 살이야?","총각 어떻게 발레 배울 생각을 다했어?","오구오구, 총각 넘 잘 하네." 그 뒤로 그 남자 회원분의 얼굴을 학원에서 볼 수 없었다.
몇 년전에 우리 학원의 전공반 아이들이 와이즈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에 출연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전공반 아이들 중에 한 명이 클라라 역에 캐스팅 되었는데, 마침 그 무렵에 학원에 남자 선생님이 계셨던 덕분에 그 전공반 학생이 파드 되 연습을 수월하게 했다. 공연이 끝난 후 내가 그 학생에게 남자 선생님한테 위로 들어올려졌을 때의 느낌이 어땠는지 등 여러 질문들을 인터뷰하듯이 물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