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더블빌 "인프라&봄의 제전

by아트 서연
웨인 맥그리거의 <인프라>


가끔은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에서 예상치 못한 감정을 마주하게 되면서 경계가 허물어질때가 있다. 웨인 맥그리거의 <인프라>가 내게 그런 작품이 되어버렸다. 처절하게 움직이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LED 스크린 위로 무심하게 무대 위를 가로지르는 줄리언 오피의 인물들과 고요한 선율로 감정에 여백을 주는 막스 리히터의 음악과 대비가 되면서 순식간에 몰입, 블랙홀처럼 빠져들게 만들었다. 도심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면서도 내면 깊숙이 묻어둘 수 밖에 없는 개개인의 다채로운 감정들을 기술과 융합해 인간의 내면세계에 관심이 없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처연하게 담아냈다. 특히 한 무용수가 홀로 힘들게 슬픔을 삼키는데도, 갈기갈기 찢기는 한 개인의 아픔을 눈치채지 못한 사람들이 무대 위를 무심하게 지나가는 장면을 보면서 내 마음에도 비가 내렸다.





글렌 테틀리의 <봄의 제전>


글렌 테틀리의 <봄의 제전>은 예상 외로 아름다웠다. 오히려 니진스키 복원 안무가 더 파격적이고 충격적이다. 두 버전 모두 원시슬롯의 제의를 표현한 원초적인 춤이지만 니진스키의 안무는 인간의 원시적인 폭력성을 날것으로 표현한 반면 테틀리의 <봄의 제전>은 아름다워서 슬픈 버전이다. 거의 나체에 가깝게 보이는 무대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은 봄의 신을 예찬하기 위해 산 제물을 바치기 위한 몸짓을 불길한 선율 속에서 생명력있게 표현했다. 무아지경으로 뒤엉켜 추는 춤은 앙리 마티스의 <춤>을 연상케 할 정도로 관능적이고 매혹적이었다. 그러나 집단을 위해 한 개인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몸짓은 점점 광기로 치달아간다.


군중 속의 인간의 외로움과 상실을 애잔하게 표현한 맥그리거의 <인프라>. 집단을 위해 한 개인이 희생되는 것을 잔인하고도 아름답게 표현한 테틀리의 <봄의 제전>. 인간슬롯의 보편적인 감정을 다룬 이 두 작품을 발레 근육이 아닌 근육을 사용하면서 거칠게 호흡을 내뱉고 땀으로 뒤범벅이 된 발레 무용수들을 보며 내 마음이 경건해졌다.

마더 역을 맡은 정은지 발레리나 춤 정말 잘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