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발레단 <심청>

by아트 서연


많이 보지도 못하는 발레 공연. 그나마도 다른 작품 보느라 <심청>은 언제나 뒤로 미뤘었는데, 이번에 작정하고 예매했다. 그런데 영상물로 봤던 것보다 훨씬 재밌었고 관람하기를 정말 잘했다.

1막에서는 심청이가 자라는 과정과 시간의 흐름을 조명으로 표현했고, 드디어 향기리나가 등장했을 때 박수가 터져나왔다. 선녀가 등장하는 줄 알았다. 심청이 성격을 잘 알면서도 어느 스님이 공양미 삼백석을 바치면 눈을 뜰거라고 한 것을 그대로 심청이한테 말하는 심봉사를 보며 '어르신이 철이 없으시네.'라고 잠시 생각했다가 이내 향기리나의 춤선에 빠져들었다. 너무 곱고 춤선도 아름다웠고 몸은 또 어찌 그리도 가벼우신지.

드디어 심청이 데리러 온 해적들. 그제서야 사태를 깨달은 심봉사가 딸을 안 놓아주고 심청이도 아버지 부둥켜 안으면서 우는 장면에서 음악이 신파극처럼 흘러나왔다. 역시 해적들의 군무가 압권이었다. 시저를 하면서 동시에 공중에서 회전한 후 쏘드 바스크, 540도 회전, 그랑 피루엣 등의 고난이도의 발레리노 테크닉으로 거친 야성미를 뿜어내자 공연의 열기가 더해졌다. 남성 무용수들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게 스파르타쿠스 못지 않았다.

심청이가 인당수에 빠져 바다 속을 유영하는 장면은 안나왔다. 오늘 공연이 개정한 안무같은데, 개정 안무가 더 나은 듯 하다. 용궁에 사는 바다 생물들 디베르티스망이 정말 예뻤다. 영상물보다 직관하는 것이 훨씬 좋았다. 물 속에서 아가미와 지느러미가 흐물거리는 모습을 표현한 부분도 정말 예뻤다. 특히 향기리나가 잉글턴으로 마네주를 도는 모습에서 정말 감동받았다. 용왕님이 심청이와 파드 되를 춘 후 프로포즈를 하니까 심청이가 발레 마임으로 "사실은 저 지상에 아버지를 두고 왔답니다." 하면서 K신파극이 시작되었다. 심청이의 사연을 들은 용왕님은 연꽃에 심청이를 태우는데, 그 장면도 정말 예뻤다.

당스데꼴을 지키면서 한국 고유의 춤선을 살린 궁중무용도 넘 좋았다. 특히 심청이와 임금님의 혼례식을 축하하는 탈춤도 정말 신명났다. 퇴장하는 것까지 캐릭터의 특성을 살려서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고요한 달빛 아래에서 이 세상에 오직 둘만 존재하는 것처럼 춤을 추는 심청이와 임금님의 달빛 피드 되를 보면서 내 마음도 부풀어 올랐다. 오케스트라 음악이 둘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처럼 점점 고조되었는데, 내 마음도 덩달아 고조되었다.

혼례식날 궁궐에 모여든 장님 어르신들. 드디어 아버지를 찾은 심청이가 아버지 눈을 만지자마자 딸 덕분에 광명찾은 심봉사의 모습을 반짝이는 조명으로 환히 비춰서 깜짝 놀람과 동시에 감동받았다. 이어서 궁궐에 온 장님 어르신들 눈을 심청이가 예수님처럼 치유를 하자 광명을 찾은 어르신들이 덩실덩실 어깨춤을 췄다.

토슈즈를 신고서 한국 무용의 즈려밟는 발 표현을 하고, 스퀘어박스를 지키면서 한국 고유의 춤선을 살린 발레에 한국의 전통을 접목시킨 발레 <심청>.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고 올해 첫 공연 기분좋게 스타트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