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카를로 발레단 <백조의 호수>

by아트 서연



흑백 무성영화로 시작한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시작부터 강렬했다. 마치 히치콕의 공포영화를 보는 것처럼 관람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고는 자연스레 궁전으로 장면 전환이 되었다. 이때부터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은 궁중 무도회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갈등과 캐릭터의 개성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궁전을 상징하는 미니멀한 무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물들의 심리전은 그것을 은유적으로 묘사하는 무대조명과 함께 작품 자체가 종합예술이 되는 순간이었다.


고전발레를 완전히 해체한 후 새로운 조형언어로 재창조된 마이요의 <백조의 호수>를 보면서 마이요의 창조성에 감탄이 나왔다. 그러면서도 기본 뼈대는 살아있는 마이요의 작품에서 다크 심리학적인 서사를 전반에 걸쳐 읽을 수 있었다. 드러내고 싶지 않는 인간의 뒤틀린 욕망과 한 인간의 내면 안에 공존하는 선과 악을 헤집어 놓으면서 보고 싶지 않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무용수들이 고강도로 훈련된 근육으로 인간의 무의식 속에 감춰진 심리를 들춰내는 춤은 매우 노골적이었고 때로는 에로틱했다.


어스름한 저녁 달빛이 비치는 호숫가에서 펼쳐진 백조들의 서정적인 시어도 완전히 해체되어 야생 동물의 움직임으로 탈바꿈되었다. 작품에서 연적으로 나오는 왕비와 밤의 여왕은 등장부터가 무대 위의 공기를 바꿀 정도로 무대 장악력이 장난 아니었다. 밤의 여왕의 딸 흑조 역시 치밀하게 압축된 등근육을 보이며 사악한 날개짓을 하면서 작품을 속도감있게 전개시켰다. 무대연출을 위해 사용된 영화기법과 연극의 타블로, 초현실주의, 아웃포커싱 기법 역시 작품에 긴장감을 부여했다.


무용수들의 발레 테크닉과 아름다운 발레 실루엣을 관객들에게 최대한 선보이는 고전 발레의 파드 되와는 달리 마이요의 작품 속 파드 되는 뒤틀린 욕망과 분별없는 선악으로 뒤엉켜 있었다. 특히 발레리나들의 키가 하나같이 매우 커서 움직임 하나하나가 매우 강렬하게 임팩트있게 다가왔다. 결국 작품 속 등장 인물들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왕비는 밤의 여왕에게 복수하기 위해 흑조를 잔인하게 죽인다. 궁정의 조신들에게 들려져 마지막 남은 호흡을 내뱉으며 밤의 여왕 앞으로 가는 흑조의 움직임은 야생동물 그 자체였다. 그러자 밤의 여왕 역시 복수심에 차올라 궁정의 조신들과 밤의 여왕의 신하들이 치열하게 전투를 하는 사이 백조를 죽인 후 죽은 백조를 끌고 왕자 앞에 내려놓는다. 왕자가 오열을 하면서 죽은 백조를 끌어안자 천장에서 검은 천이 회오리 바람처럼 내려와 왕자와 죽은 백조를 휘감듯이 감싸고는 검은 천이 증발하듯이 스르르 위로 올라갔는데, 어느새 왕자와 백조 역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순간 무대연출인데도 그 동안 전개된 모든 스토리가 신기루처럼 느껴졌다.


일단 무대배경이 단순했음에도 무대의상과 조명색깔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면서 작품의 예술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파사체를 흡수하는 조명의 색감과 질감, 형태가 인물들의 감정과 작품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보면서 무대연출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날이었다. 무용수들의 무대의상과 소품 하나하나가 고급스러운 원단과 재료로 만들어진 것을 인지한 순간 그 모든 게 '돈'으로 보여서 내한공연도 이렇게 부티나는데 현지에서 관람하면 부내가 장난 아니겠구나 싶었다.




공연이 끝난 후 주역 무용수들의 사인회가 열렸다. 무용수들이 분장을 지우고 나오느라 줄을 서있는 시간이 좀 걸렸는데, 밤의 여왕을 맡았던 발레리나는 한참이나 안나와서 시간관계상 백조와 왕자님의 사인만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 오늘의 캐스팅 **

백조 : Lou Beyne(루 벤)

왕자 : Jerome Tisserand(제롬 티스랑)

밤의 여왕 : Marianna Baraba(마리안나 바라바시)

왕 : Matej Urban(마테이 우르반)

왕비 : Mimoza Koike (미모자 고아케)

흑조 : Ashley Krauhaus(애슐리 크리우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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