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中庸), 보이지 않는 미래를 읽는 지혜

나는 내일이 조금도 두렵지 않다.

by최만섭

살아가다 보면 보이지 않는 미래를 미리 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을 주는지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옛 도인은 마음으로 백 리 밖에 있는 시계의 시침을 읽었다고 전해진다. 앞날을 미리 내다볼 수 있다면 닥쳐올 일에 당황하지 않고 차근차근 대비할 수 있으니, 그 마음의 평안함과 안도감을 어찌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매일 아침 출근길, 도로변에 우뚝 서서 묵묵히 숫자를 바꾸는 버스 전광판을 바라볼 때마다 이 기막힌 기계가 인간에게 주는 안도감에 깊이 감탄하곤 한다. “잠시 후 도착”, “3분 후 도착”. 전광판이 약속하는 짧은 미래의 시간 속에서 사람들은 조바심을 내려놓고 마음을 고른다.


전광판1.jpg


이 작은 전광판 안에는 온 우주와 인간의 기술이 치우침 없이 맞물려 있다. 지구 밖 우주 공간에서 정밀한 궤도를 따라 도는 스물네 개의 GPS 위성들이 지상의 버스를 실시간으로 굽어보고 있으며, 지상에서는 복잡한 도로 상황과 역사적 통계를 순식간에 계산해 내는 알고리즘이 쉼 없이 작동한다. 차량 내비게이션이 길을 찾아주듯, 위성과 땅의 통신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 마침내 우리 눈앞에 ‘몇 분 뒤의 미래’를 정직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실시간 전광판이 전 세계 모든 나라에 당연하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대중교통 인프라의 차이도 있겠으나, 무엇보다 우리 민족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이 첨단 시스템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견인했을 것이다. 혹자는 무조건 빨리 목적을 달성하려는 이 조바심 섞인 문화를 비판하기도 하지만, 미국, 일본, 필리핀 등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과 치열하게 부대끼며 일해 온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 역동성은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다. 황무지 같던 이 땅에 세계적인 산업화를 일구어낸 경쟁력의 뿌리가 바로 그 조바심과 열정에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최만섭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인간은 개인적인 역사를 가지게 됨니다. 나는 감히 그것이 모든 인간은 평등하며 모든 인간의 인격이 소중하다는 논리의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311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12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3화척추를 세우며, 나를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