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by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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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가 맞은편에 도토리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한동안 그 아래에는 매일같이 도토리를 줍는 노인들이 보였다. 검은 봉다리를 하나씩 들고 허리를 굽힌 할머니들이다.


나무는 우물에 물이 샘솟듯 바람이 불 때마다 열매를 몇 알씩 떨군다. 한꺼번에 후두둑 떨어뜨리지 않고 감질나게 몇 알씩 내어준다. 그러니 사람들도 매일같이 나온다.


나도 길을 걷다가 도토리 세 알을 주웠다. 손바닥에 올려놓으니 반들반들 윤이 나는 것이 아주 탐스럽다.


처음에는 길에 떨어진 것만 줍던 사람들이 이제는 둔턱 아래까지 올라간다. 막대기로 낙엽을 휘저으며 그 밑에 숨은 도토리까지 찾아낸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도토리나무가 안쓰러워졌다.


여러 자식이 돌아가며 젖을 빨아 메말라가는 어미의 가슴처럼, 나무 아래가 말끔하다. 떨어진 열매 하나 남아 있지 않을 듯하다.


도토리는 사람만 기다리는 열매가 아니다. 다람쥐와 청설모에게는 겨울을 날 양식이고, 어떤 것은 땅속에 묻혀 이듬해 싹을 틔울 씨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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