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미스가 되어

by문이

토요일 아침 독서 토론에서 양귀자의 <모순>을 다루었다.

안진진이 김장우와 나영규 사이에서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를 두고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미스들은 저마다 한 사람을 골랐다.

"나라면 이 사람."
"나는 저 사람. 이런 남자가 결혼 상대로는 낫지."

제각각 구체적인 이유를 달았다.

그녀들 사이에 나도 슬슬 빠져들었다.

"굳이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이런 남자랑 결혼할 것 같아."

이런 성격은 좋고, 저런 성격은 힘들고. 결혼해서 살려면 이것도 중요하고 저것도 무시할 수 없고. 어느새 나는 두 남자를 앞에 두고 고르는 사람처럼 열심히 의견을 적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다음 날, 전날의 독서 모임을 떠올리다가 갑자기 웃음이 났다.

나는 왜 그렇게 열심히 고민한 거지?

나는 이미 선택했는데.

그것도 수십 년 전에.

미스들 틈에 끼어 나도 같은 미스가 된 양, 누구와 결혼하면 좋을지 따지고 있었던 내 모습이 생각할수록 웃겼다.

김장우냐, 나영규냐.

이제 와서 골라 뭐 하나.

내 짝은 이미 옆에 있고,
반품도 안 되고,
교환도 안 되고,
수리한다고 사람이 확 바뀌는 것도 아니다.

나 역시 그에게 그런 사람일 테고.

그러니 어쩌겠는가.

오래 써서 손때 묻은 물건처럼 서로의 흠집까지 훤히 아는 사이가 되었으니 좋은 것이 좋은 거라 생각하며 살아야지.

다음 독서 모임에서 또 결혼 상대를 고르는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아마 또 진지하게 고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선택권도 없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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