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무렵

by문이



검은 새 한 마리가 물 위를 달린다.

물수제비를 차고 나가듯 두 발로 수면을 연거푸 박차더니, 강물을 활주로 삼아 도움닫기를 하고 허공으로 치솟는다.

강 한가운데서는 잉어가 솟구친다. 철퍼덕. 아침의 고요가 잠깐 깨졌다가 다시 붙는다.

울타리에는 나팔꽃이 한창이다. 보라, 분홍, 파랑. 여름 끝자락을 지나며 꽃빛은 오히려 더 짙어졌다.

사람들도 들떠 있다. 긴 추석 연휴를 앞둔 아침, 휴게소 야외 의자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간단한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눈다. 어떤 사람은 가만히 얼굴을 들어 가을 햇빛을 쬔다.

물속의 잉어도, 물 위를 박차고 오른 새도, 울타리의 나팔꽃도, 햇빛 아래 앉은 사람들도 오늘따라 유난히 생기가 넘친다.

며칠 뒤면 달이 둥글게 찬다.

하늘의 달이 차오르는 동안 지상의 생명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차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