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바카라을 나가 걷다 뛰다를 했다. 그러다가 벤치 틈에 핸드폰을 세워두고 스쿼트 앱을 켰다. 며칠 쉬었던 스쿼트를 50개씩 세 세트로 설정하고 실행했다. 허벅지가 기분 좋게 뻐근했다.
달리면서 오디오북을 들었는데 내용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른 바카라으로 바꾸어 봐도 흥미가 없었다.
내가 왜 이걸 듣고 있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지금 내가 듣고 싶은 건 노래야.
유튜브에서 산바카라할 때 듣기 좋은 음악을 검색하여 클릭했다. 감미롭고 조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침, 햇살, 자전거 같은, 아침 산바카라과 어울릴만한 식상한 단어들이 반복되었다.
재즈음악으로 갈아타고, 악기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집을 향해 걸었다.
인공지능 목소리의 딱딱하고, 띄어 읽기도 엉망인 오디오북보다는 한결 나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땀을 씻으러 욕실에 들어갔다. 샤워만 얼른 하고 나와 오늘 일정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머리를 감고 몸도 다 씻었는데 바닥이 미끈거렸다. 며칠 전 남편이 욕실에서 미끄러져 넘어질 뻔한 일이 생각났다. 맨발로 바닥을 쓱 문질러보니 역시나 좀 미끄럽다.
샤워기 옆에 있던 솔을 집었다. 누런 때를 솔로 박박 문질렀다. 내친김에 변기도 닦고, 세면대, 벽까지 영역이 점점 확장되었다. 고개를 드니 이번에는 타일 벽에 붙은 까만곰팡이가 보였다.
저것도 닦아야겠네.
분무기 형태의 곰팡이 제거용 락스를 뿌리고 휴지를 뜯어 착착 붙였다. 타일 틈에 낀 때는 다 쓴 칫솔로 문질렀다. 솔을 썼다가 칫솔을 썼다가, 운동이 아닌 노동이 시작되었다.
몰입감 최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어깨가 아팠다. 욕실은 맑아졌다.
문득 곰팡이가 얄밉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우면 또 생기고 지우면 또 생긴다. 식구들이 샤워를 자주 하고 환기가 잘 안 되다 보니 여름철 우리 집 욕실은 이 놈의 기세가 대단하다. 완전 자기 세상인양 검은 물감을 타일 틈새에 뿌려 놓는다.
곰팡이는 우리 슬롯의 악과 같은 존재구나.
아니, 잠깐.
곰팡이는 유기물을 분해해 흙으로 돌아가게 하는 데. 없으면 안 될 존재이기도 하네.
그래 용서해 주마.
문제는 곰팡이가 아니라 곰팡이가 하필 우리 집 욕실에서 제 할 일을 너무 열심히 하고 있다는 데 있다.
나는 또 닦을 것이다.
곰팡이는 또 생길 것이다.
나는 또 닦을 것이다.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면 다시 굴러 떨어지고, 또 밀어 올려야 했던 시지프스가 나다.
내 바위는 욕실 곰팡이다.
그래도 겨울보다 여름이 좋으니 감수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