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탔다. 문 옆 기둥에 기대어 무선 이어폰으로 오디오북을 들었다.
눈앞의 풍경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기괴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핸드폰 화면에 시선을 박고 있었다. 손가락과 눈동자만 조용히 움직였다. 귀에는 콩나물을 닮은 하얀 무선 이어폰을 끼고서.
핸드폰을 보지 않는 사람은 노인들뿐이었다. 눈을 감고 자는 사람들의 귀에도 무선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문득 이런 상상을 했다.
사람들의 손에 들린 핸드폰이 일제히 공중으로 떠오른다. 귀에 꽂힌 이어폰도 쏙쏙 빠져나와 따라 올라간다.
“안 돼!”
사람들이 다급하게 손을 뻗는다. 핸드폰을 잡으려다 몸까지 딸려 올라간다.
몇 정거장을 지나 여대생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타더니 내 앞에 섰다. 둘 다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 보기 드문 유선 이어폰을 끼고 있었다.
핸드폰에 꽂힌 긴 흰 줄이 위로 올라가다가 두 갈래로 갈라져 양쪽 귀로 이어졌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탯줄 같았다.
핸드폰과 사람이 탯줄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 줄을 타고 음악도 흐르고, 영상도 흐르고, 이야기도 흐르고, 세상 소식도 흘러가는 듯했다.
문득 핸드폰 없이 하루를 살아보면 어떨까 궁금해졌다.
현금을 안 쓴 지 오래다. 카드도 줄여 자주 쓰는 카드 한 장마저 핸드폰 안에 들어 있다. 길을 찾는 지도도, 지하철을 타는 데 필요한 결제 수단도, 사람에게 연락하는 방법도 모두 그 안에 있다. 핸드폰을 두고 타 지역에 나왔다면 나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내 인생의 상당 부분이 손바닥만 한 네모 속에 들어 있었다.
그제야 내 귀에도 무선 이어폰이 꽂혀 있다는 게 느껴졌다.
오디오북은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갑자기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