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라는 건 무서운 말이다.
한바탕 밖에 나갔다가 실감했다.
이제 여름도 끝나간다고,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고들 떠들어 댔기에 더위도 한풀 꺾였겠거니 했다.
웬걸.
문을 나선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등줄기에 땀이 흘렀다.
예상 밖의 더위에, 기대를 비껴간 열기에 집에 돌아오자마자 철퍼덕 고꾸라지고 말았다.
그러니 함부로 기대하지 말지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더니 날씨한테도 뒤통수를 맞는다.
그런데도 기대가 없는 삶은 또 별로다.
힘들게 산을 오르다가도 누군가 말한다.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야.”
그 말에 솔깃해진다. 정말 조금만 더 가면 될 것 같아서 다시 다리에 힘을 준다. 숨을 헉헉거리면서도 한 발 한 발 올라간다.
막상 모퉁이를 돌아보니 정상은커녕 또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다.
“진짜 다 왔어. 조금만 더!”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뇌는 이번만큼은 진짜일 거라고 슬쩍 속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