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공원 첫 도전

by문이

요즘은 이른 아침마다 달리기와 스쿼트를 하려고 애쓴다. 아직 단련되지 않았으니 짧고 가늘게.

80대에도 운동하는 할머니로 남아 허리가 꼿꼿하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매일 몸을 움직이니 삶에도 활력이 생긴다. 이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부득이한 사정이 아니고서야 운동을 멈출 이유가 없겠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가로수길 아래에서 수상한 냄새가 났다. 달달한 달고나 냄새가 바람결에 뭉근히 풍겨왔다.


코를 킁킁.


어디서 나지?


아무래도 계수나무들 같았다. 가을을 기다리는 게 힘든지 성급하게도 잎 몇 장이 노랗게 물들었다. 어제 내린 비에 젖은 낙엽도 길 위에 떨어져 있었다. 앞으로 한동안 내가 오가는 길은 달고나 향기로 가득할 것 같다.


요즘은 달리기도 하지만 자전거에도 재미를 붙였다.


지난 주말에는 자전거를 타고 인천대공원까지 갔다. 송내 북부역에서 남부역으로 넘어가려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했다. 계단 옆 자전거 경사로를 이용하라는 안내를 보고 호기롭게 시도했다가 이내 포기했다. 자전거를 끌고 내려가기에는 내게 너무 가팔랐다.


가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렸다. 길게 이어진 완만한 오르막에서는 힘이 들었지만 그만큼 내리막은 신났다. 페달에 발만 얹은 채 바람을 맞으며 속도를 즐겼다.


그렇게 장수IC를 지나 인천대공원에 도착했다.


공원이 워낙 넓어 한 번도 전체를 돌아본 적이 없었다. 이참에 자전거로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도로가 잘 닦여 있고 양옆으로 가로수가 울창해 자전거를 타기에 그만이었다.


벤치에 앉아 쉬는데 앞에 솟아 있는 나무 한 그루에서 새소리가 요란했다. 나무 꼭대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새들이 셀 수도 없을 만큼 빼곡하게 앉아 있었다. 저 작은 몸들이 한꺼번에 떠들어대니 나무 한 그루가 통째로 재잘거리는 것 같았다.


조금 더 가니 붉은빛이 강한 황톳길에서 많은 사람들이 맨발로 걷고 있었다.


나는 그 옆 호수가 보이는 벤치에 앉아 집에서 싸온 김치전을 꺼냈다.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지나갔다.


뭐 어떤가.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김치전을 먹고 나니 다시 힘이 솟았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어디선가 장미 향기가 났다. 향기를 따라가 보니 늦여름 장미가 아직 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사진사들이 장미 앞에서 심오하고 신중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도 덩달아 예술 작품 하나 찍어볼까 욕심을 내보았다.


건물 옆에는 커다란 배롱나무가 화사하게 피어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백일 가까이 꽃을 피운다는 나무. 먼저 핀 꽃이 진 자리에는 동그란 열매들이 촘촘하게 매달려 있었다. 꽃과 열매를 한 몸에 달고 있는 가지가 제법 무거워 보였다.


대공원을 나오자 바로 앞에 800년 된 장수동 은행나무가 버티고 서 있었다.


가을이면 온몸을 노랗게 물들이는 나무인데, 한여름의 짙은 초록으로 서 있는 모습은 또 새로웠다.


그 앞 카페 소슬재에 들어갔다. 몬스테라 화분을 판매하기도 하고 곳곳에 식물을 장식해 놓아 구경할 것이 많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또 헤맸다. 다시 인천대공원을 거쳐 나온다는 것이 문을 잘못 나오는 바람에 한참을 달렸다가 되돌아가야 했다. 갈 때는 한 시간이었는데 돌아올 때는 두 시간 가까이 걸린 듯하다.




<시간이 다른 오후>


장수동 은행나무는 800년을 버티고,

다리 위 고속도로는 빠르게 흐른다.

시간이 다른 두 우주가 나란히 붙어 있다.


카페 앞 파라솔 지붕의 누런 비닐 지푸라기는

동남아의 어느 휴양지를 흉내 낸다.


창가의 다육이 줄기는

윤기 나는 플라스틱 조각을 닮았다.


가짜는 진짜를 닮고,

진짜는 가짜를 닮았다.


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시간도, 진짜와 가짜도 뒤섞인다.


휴일 오후,

나는 그 경계에 앉아

달뜬 마음으로 허공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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