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이틀 동안 원 없이 자전거를 탔다.
어린 시절 낯선 동네 골목을 기웃거리던 호기심과 모험심이 나이를 먹고도 사라지지 않았나 보다. 네이버 지도 앱에 목적지를 찍었다. 옥길동의 대형 카페. 자전거 경로로 40분이라고 떴다.
40분? 이 정도면 껌이지.
가볍게 길을 나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카페까지 가는 데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역곡과 소사에 언덕에 준하는 오르막이 그렇게 많을 줄 몰랐다. 지하도를 건너야 했고 인도가 좁은 곳도 많았다. 그때마다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갔다. 처음 가는 길이라 핸드폰을 꺼내 지도를 확인하느라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설상가상 비까지 내렸다.
우비를 사려고 편의점 두 군데에 들렀지만 모두 허탕이었다. 우산을 꺼내 한 손으로 써보았지만 자전거와 우산은 영 궁합이 맞지 않았다. 얼마쯤 더 가니 다이소가 보였다. 투명창이 달린 모자까지 붙은 우비를 하나 샀다. 우산은 반쯤 접어 노트북 가방 위에 씌웠다.
갑자기 몸이 지치고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괜히 나섰다.
나는 대체 왜 이런 헛수고를 사서 하는 걸까.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카페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대단한 일을 해낸 사람처럼 뿌듯했다. 사실 한 일이라고는 자전거를 타고 카페에 온 것뿐인데 말이다.
에어컨 바람에 땀범벅이 된 얼굴을 식히며 커피와 오이바게트를 먹었다. 당연히 꿀맛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앉아 있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했다.
문제는 돌아가는 길이었다.
너무 멀리 와버렸다.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가 청새치와 사투했다면 나는 자전거와 사투하는 기분이었다. 노인이나 나나 너무 멀리 와버린 건 아닐까 후회하는 것도 비슷했다.
하천길로 가면 좀 편하지 않을까 싶어 아래로 내려갔다. 마침 앞에서 나이 든 부부가 걸어오기에 길을 물었다.
“이쪽으로 가면 안 돼요. 다시 저쪽으로 올라가야 해요.”
아이고.
왔던 길을 되돌아 자전거를 계단 옆 좁은 통로로 끌어올렸다. 노트북 가방까지 실려 있어 자전거가 묵직했다. 낑낑거리며 올리고 있는데 아까 길을 알려준 남자분이 다가와 자전거를 번쩍 들어 옮겨주었다.
“아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마운 친절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래, 아직 살 만한 세상이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노트북 가방을 앞 바구니에 실었더니 자전거는 이리 휘청 저리 휘청했다. 내 힘으로 방향을 제어하기도 쉽지 않았다.
어느 지하도 계단 옆 경사로를 만났다. 자전거를 올려 놓고 온 힘을 다해 밀어 올렸다. 팔에 힘을 주고 한 발 한 발 올라가는데 감당이 안되어 겁이 났다. 순간, 자전거 뒤쪽이 가벼워졌다.
뭐지?
뒤를 돌아봤다.
젊은 남자가 한 손으로 어린 딸아이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내 자전거 뒤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아무 말도 없이.
나는 얼른 앞을 보고 핸들을 똑바로 잡았다. 둘이서 그렇게 자전거 한 대를 밀고 경사로를 올라갔다.
다 올라온 뒤 연신 감사하다고 했더니 그는 고개만 끄덕이고 눈인사를 한 뒤 딸아이와 앞서 걸어갔다.
슈퍼맨이 왔다 간 줄 알았다.
더 재미있는 건 딸아이였다. 아빠가 낯선 아줌마의 자전거를 밀어주는 게 뭐가 그리 신나는지 옆에서 깔깔거리며 웃었다.
산티아고 순례길도 아니고, 자전거 타고 옥길동 카페 하나 다녀오는 길이 멀고도 험했다. 다시는 여기 오지 말아야지. 역곡이란 이름은 힘력에 곡예곡인가?생각했다.
지치고 힘든 나그네여~~
노래가 절로 나왔다.
앞에서는 아빠 손을 잡은 아이가 여전히 깔깔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다시 페달에 발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