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예, 프렐류드 재즈 공연을 보고
어제 원더걸스 멤버였던 선예와 20년을 함께해 온 재즈 그룹 프렐류드의 공연을 보았다. 엄작가님이 티켓을 제공해 주신 덕분이었다.
수업을 마치자마자 도원역으로 향했다. 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전철을 탄 뒤, 제물포구문화체육센터까지 15분 넘게 걸었다. 해가 이미 저물었는데도 몸에는 땀이 났다.
공연장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불이 꺼지자 무대 위로 파란빛이 번지고 스모그가 피어올랐다. 어느 재즈바에 들어온 것 같았다.
드디어 신나는 합주가 시작되었다.
재즈에 문외한인 나는 연주자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네 명의 연주자는 무대 위에 앞뒤로 들쭉날쭉 배치되어 있었다. 피아노, 색소폰, 콘트라베이스, 드럼.
악기의 모양도 연주하는 자세도 제각각이었다.
맨 왼쪽 피아노 연주자는 연신 고개를 푹 숙인 채 건반 위에 두 손을 올리고 있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 앉아 있는 모습이 유령 같기도 했다. 악보도 없이 건반을 두드리는 모습에는 무언가 광적인 데가 있었다. 사람이 아니라 음악에 붙들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옆 색소폰 연주자는 서 있었다. 숨을 들이마시고 거침없이 소리를 뿜어냈다. 저 소리를 내려면 폐활량이 얼마나 좋아야 할까. 얼마나 오래 연습했을까. 서정적인 색소폰 소리가 재즈의 맛을 살렸다.
가운데 뒤쪽에는 콘트라베이스가 서 있었다.
사람만큼 키가 큰 악기였다. 연주자도 따라서 계속 서 있어야 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저러고 있으려면 다리가 아프겠다.
커다란 몸통을 두 팔로 감싸 안고 가슴께의 현을 손가락으로 퉁겼다. 마치 누군가를 품에 안고 내장을 어루만지며 마사지해 주는 것 같았다. 손가락이 현을 튕길 때마다 둥, 둥, 낮은 소리가 묵직하게 전해졌다.
맨 오른쪽 드럼은 단 위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드럼 소리와 선예의 힘찬 목소리가 번갈아 튀어나왔다. 빠르게 떨리는 북소리는 어디론가 힘차게 행진해 가는 기분을 만들었다.
서서, 앉아서. 앞에서, 뒤에서. 손가락으로 누르고, 입으로 불고, 현을 뜯고, 채를 두드리고. 현란한 몸놀림과 다양한 악기의 모습이 한꺼번에 몰려와 살아있는 생명체가 꿈틀거리며 다가오는 듯했다.
연주자의 손을 보고, 발을 보고, 볼록해지는 볼과 흔들리는 어깨를 보았다. 인간은 어쩌다 이렇게 많은 악기를 만들고, 또 이렇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소리를 내는 법을 알아냈을까.
각 연주자의 독주가 시작될 때마다 객석에서는 힘찬 박수와 함성이 터졌다.
주소를 잘못 알고 다른 곳으로 갔던 허작가님은 공연이 시작되고 20분쯤 지나서야 도착했다. 이제 엄작가님, 허작가님과 셋이 나란히 앉았다. 함께 박수치고 소리 지르고 어깨를 들썩였다.
프렐류드의 네 남자는 20년을 함께 연주해 왔다고 했다. 그토록 오랜 시간을 재즈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이어왔다는 것이 놀라웠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활동하면서도 다시 만나 함께 소리를 맞추어왔을 것이다.
선예에게도 긴 시간이 있었다. 육아로 10년 가까운 공백기를 보낸 뒤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고 했다. 무대 위에서는 그 시간이 느껴지지 않았다. 거침없이 노래하고 몸을 움직였다. 작은 체구에서 뻗어나오는 폭발적인 성량에 하루 종일 수업하고 자전거를 타고 전철을 타고 걸어오느라 지쳐 있던 몸까지 들썩였다.
공연이 끝나니 밤 9시.
그제야 배가 고팠다. 셋이 걷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삼겹살집으로 들어갔다. 별 기대 없이 들어간 집인데 고기가 맛있었다.
조금 전까지 파란 조명 아래서 피아노,색소폰과 콘트라베이스와 드럼 소리를 듣고 있었는데, 이제 우리 앞에서는 불판 위 삼겹살이 지글지글 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