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늦잠을 자려는 아들을 깨웠다.
“강길 따라 달리면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릴 수 있어서 재밌어. 바람도 불어서 좋고. 거기 도착하면 엄마가 커피랑 빵 사 줄게. 같이 가자. 응?”
귀찮다고 할 줄 알았는데 아들은 의외로 선뜻 일어났다.
나도 이날은 다른 날과 달리 제법 라이더처럼 갖춰 입었다. 어제 산 헬멧을 쓰고 반바지를 입었다. 햇빛을 막으려고 얼굴과 팔을 가리고 장갑까지 꼈다. 장비 몇 개 갖췄다고 사람이 달라 보였다.
출발하기 전, 기념사진부터 찍었다. 아들 팔짱을 끼고 남편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자전거가 한 대뿐이라 아들은 공유자전거를 빌렸다. 며칠 전 혼자 헤매며 알아둔 길이 이번에는 쓸모가 있었다. 내가 앞장서서 아들에게 길을 안내했다.
강가 자전거길에 들어서자 우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오르막에서는 힘껏 밟고 내리막에서는 바람에 몸을 맡겼다. 처음 가보는 길이 아들도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아침 9시가 지나자 햇빛이 점점 뜨거워졌다. 라이더 흉내를 내며 야심 차게 장착했던 팔토시와 얼굴 가리개, 장갑을 하나씩 벗어 가방에 집어넣었다.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다리를 쉬고, 다시 속도를 올렸다. 어느 순간부터 도로 바닥에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가 나타났다.
‘아라뱃길 5500m.’
조금 더 가니 4500m.
“얼마나 더 가야 해요?”
“이제 거의 다 왔어. 저기부터가 아라뱃길이라네.”
굴포천에서 금방이었다.
출발한 지 한 시간쯤 지나 계양역 근처 경인 아라뱃길에 도착했다. 땀이 많은 아들의 얼굴에서는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카페 ‘수피아’는 마침 오전 10시에 문을 열었다. 문제는 아들이 타고 온 공유자전거였다. 이곳은 반납 불가 지역이라 쉬는 동안에도 요금이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30분만 쉬었다 가자.”
아이스라테와 빵을 주문했다. 생각보다 빵값도 저렴하고 맛도 좋았다. 한 시간 동안 땀 흘리고 먹어서 더 맛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 항상 혼자 라이딩했는데 오늘은 아들이랑 같이 오니까 색다른 맛이 있네.”
“그렇죠? 엄마 이제 자전거 진짜 잘 타시네요.”
아들의 칭찬에 힘든 줄 모르고 달릴 수 있었다.
“아빠한테 사진 찍어서 보내볼까? 좀 샘 나겠지? 다음에는 아빠도 같이 오면 좋겠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엄마, 이제 가요. 자전거 요금 올라가고 있어요.”
“아참, 깜박했네.”
커피 마시고 수다 떠는 동안에도 자전거 요금계는 성실하게 달리고 있었다.
화장실에 들러 팔토시와 수건에 물을 흠뻑 묻혔다. 젖은 팔토시를 끼고 얼굴에도 시원한 수건을 둘렀다. 다시 출발하니 한동안은 살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아들이 앞장섰다. 이제 길을 알았으니 믿고 맡겼다.
“엄마, 11시 20분까지 도착해 보기로 할까요?”
“그래. 네가 앞에서 달리는 대로 뒤따라갈게.”
그런데 아들이 한마디 덧붙였다.
“저 따라온다고 무리하지 마시고 엄마 속도대로 천천히 오세요.”
올 때는 내가 길을 알려주었는데 갈 때는 아들이 내 속도를 걱정한다. 사실 두 세달 전에 아들에게 배운 자전거였다. 매일 조금씩 연습한 결과 저절로 실력이 늘어 있었다.
우리는 다리 밑 그늘이 나오면 잠시 멈췄다가 다시 달렸다. 허리를 바짝 접고 힘껏 페달을 밟으며 선수 흉내도 내봤다. 앞서가는 아들과의 거리를 좁히고자 힘껏 달렸다.
“저기 가다 보면 부유물 펜스에 가마우지들이 줄지어 서 있어. 그거 꼭 봐.”
혼자 왔을 때 보았던 장면을 아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날은 달리느라 가마우지들을 놓쳤다.
그렇게 달리고 또 달려 집에 도착했을 때는 둘 다 더위에 기진맥진했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동시에 켰다. 냉수를 들이켜고 수박을 꺼내 먹은 뒤 대자로 뻗었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얼음을 감싼 수건을 대도, 찬물로 샤워를 해도 좀처럼 식지 않았다.
아침에는 내가 늦잠 자는 아들을 깨워 데리고 나갔는데, 돌아올 때는 아들이 앞에서 길을 이끌었다.
“엄마, 무리하지 말고 엄마 속도로 오세요.”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누워 있는데 그 말이 다시 생각났다.
다음번에는 남편 자전거도 한 대 마련해야 하나.
그러려면 사진부터 보내서 약을 좀 올려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