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하는 고생이 즐거워

by문이



사서 고생이 재밌네요.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 그런가 봅니다.

아침 아홉 시가 넘어 자전거를 끌고 아래뱃길에 다시 도전했습니다. 사실 어제도 나섰다가 굴포천에서 방향을 잘못 잡는 바람에 진이 다 빠져 포기했거든요. 오늘은 길을 단단히 확인하고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또 틀렸습니다.

'아, 여기 아닌데.'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를 몇 번. 그제야 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굴포천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 자전거길. 이제는 멈추지 않고 달립니다.

신났습니다.

그러다 슬슬 현실이 따라옵니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고 엉덩이는 아프고 다리도 묵직해집니다. 하천 공사 때문에 몇 번이나 자전거를 들고 올라갔다 내려왔고, 핸드폰 지도는 수시로 꺼내 확인해야 했습니다.

라이딩 고수들도 쉴 새 없이 지나갑니다. 헬멧에 보호장비까지 완전 무장한 모습. 길이 좁아질 때마다 얼른 가장자리로 붙었습니다. 괜히 긴장이 됩니다.

대신 내리막은 제법 즐길 줄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갔을 텐데, 이제는 속도를 조절하며 천천히 내려갑니다. 아직은 겁이 더 많지만 그 안에 스릴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기어였습니다. 오래된 자전거라 아무리 돌려도 말을 듣지 않습니다. 오르막만 나오면 결국 내려서 자전거를 끌었습니다.

속으로 계속 계산했습니다.

'돌아갈 힘도 남겨야 해.'

'조금만 더 가면 카페 하나 나오겠지.'

그런데 한 시간을 달려도 편의점 하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길... 끝은 있는 걸까.

그래도 "조금만 더."를 몇 번이나 반복하며 페달을 밟았습니다.

어느 순간 서울 경계를 지나 시야가 확 열렸습니다. 넓고 깨끗한 한강이 나타났습니다. 다시 조금 더 달리니 두리생태공원이 보였고, 계양역 앞 아래뱃길에 닿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카페가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계양대교를 건너 시원한 아이스 카페라테를 한 잔 주문했습니다.

손님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창가에 앉아 바카라을 펼치고, 글을 쓰고, "나 여기까지 왔다."며 지인에게 문자도 보냈습니다.

잠시 쉬었을 뿐인데 몸도 마음도 금세 다시 달릴 준비를 마쳤습니다.

생각해 보면 별것 아닌 일입니다. 자전거 타고 처음 가는 길을 다녀온 것뿐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소한 도전 하나가 하루를 통째로 새것으로 만들어 줍니다. 길을 헤매고, 지도를 보고, 바람을 맞고, 땀을 흘리고, 커피 한 잔 앞에서 살아 있다는 기분을 느끼는 것.

바카라상 앞에서는 떠올리지 못했던 문장들이 이런 길 위에서는 자꾸 생겨납니다.

돌아오는 길은 이상하게도 훨씬 쉬웠습니다.

길을 알아서가 아니라, 이제 이 길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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