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도 재료가 된다

by문이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을 읽다가 오래 남은 대목이 있다.

바카라이 잘 팔리지 않던 시절, 누군가 그에게 물었다.

"그렇게 사전까지 찾아가면서 글을 써야 합니까?"

나라면 "힘들지만 어쩔 수 없죠."라고 답했을 것 같다.

그런데 김연수는 웃으며 말한다. 바카라이 안 팔리는 지금이야말로 좋은 때라고. 어차피 독자가 많지 않으니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가 쓰고 싶은 단어를 마음껏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현실인데도 시선이 닿는 곳은 전혀 달랐다.

사람은 문제가 생기면 대개 문제 안으로 들어간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언제 끝날까.
누가 잘못했을까.

김연수는 한 걸음 물러나 묻는다.

'이 상황은 나에게 무엇을 남길까.'

질문 하나가 생각의 방향을 바꾼다.

집에서도 그렇다. 부자 사이에 언성이 높아지는 날이 있다. 그 순간에는 그저 답답하고 마음만 상한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다시 보면 그날은 다른 것을 가르쳐 준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끼리도 얼마나 쉽게 서로를 오해하는지. 어디까지 이해해야 하고, 어디부터는 내 마음을 지켜야 하는지. 어떤 말은 흘려보내고, 어떤 말은 오래 품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면 내 글도 대부분 그런 날들에서 태어났다.

즐거웠던 여행은 사진 몇 장으로 남았지만, 넘어졌던 날은 한 편의 글이 되었다. 관계에서 헤맸던 시간은 사람을 이해하는 문장이 되었다. 불행은 겪을 때는 상처였지만, 지나고 나면 삶을 들여다보는 재료가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힘든 일이 생기면 예전처럼 서둘러 답을 찾지 않는다.

대신 마음 한구석에 질문 하나를 남겨 둔다.

'이 일은 나중에 무엇이 되어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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