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이 넘어 배운 자전거

by문이


대부분 사람들은 어릴 적 자연스럽게 배운다는 자전거를 나는 쉰이 넘어서야 타게 되었다.

처음에는 페달 밟는 법보다 브레이크 잡는 게 더 어려웠다. 멈춰야 하는데 한 박자 늦었다. 늦게 잡아 넘어지고, 놀라서 꽉 잡아 또 넘어졌다.

핸들도 내 마음 같지 않았다. 사람을 피하려고 하면 이상하게 그 사람 쪽으로 갔다. 자전거는 시선이 머무는 곳으로 향했다

신기하게도 자전거를 배우며 내 생활이 하나씩 떠올랐다.

부부끼리 말다툼을 하다 보면 끝낼 순간이 있다. 서로 할 말은 이미 다 했는데 상대를 꺾을 마지막 한마디가 목구멍까지 올라온다.
그 말 한마디가 후회를 부른다.

글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데 욕심이 생겨 문장을 하나 더 얹는다. 더 좋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군더더기만 늘어날 때가 있다.

자전거를 배우며 가장 먼저 익힌 것은 앞으로 가는 법보다 멈추는 법이었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더 빨리 달렸다. 빨리 지나가면 덜 무서울 줄 알았다. 하지만 속도가 붙을수록 몸은 굳었고 마음도 바빠졌다.
천천히 달리는 데에도 연습이 필요했다. 기술이 몸에 붙자 길이 달라졌다. 바람이 먼저 얼굴을 스쳤다. 소나무 향이 따라왔고, 화단의 꽃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강아지와 산바카라하는 사람들, 시냇물 옆에서 뛰노는 아이들도 보였다.
길은 그대로였는데 내가 달라져 있었다.

그때 문득 바카라 읽는 방식도 떠올랐다.
예전에는 바카라을 덮자마자 서평부터 썼다. 지금은 한 문장을 오래 붙잡는다. 화가의 그림을 들여다보다가 엉뚱한 생각을 하고, 다른 바카라을 펼쳐 보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들이 이리저리 산바카라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하나의 문장으로 모인다.

발을 멈췄는데도 자전거는 한동안 앞으로 굴러갔다. 페달을 멈췄는데 왜 계속 가지?
몸보다 먼저 달리던 속도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도 비슷했다. 일을 그만두어도 한동안 그 일을 생각하고, 미운 마음을 접어도 감정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삶에도 관성이 있었다.

핸들은 힘을 줄수록 엉뚱한 방향으로 꺾였다. 어깨와 팔에 힘을 빼고서야 원하는 곳으로 갔다.
글도 그랬다. 멋진 글을 써야겠다고 애쓸수록 문장은 굳어졌다. 힘을 빼니 내 말투가 살아났다.

많이 넘어지면서 또 하나 배운 것이 있다. 잘 타는 법보다 잘 넘어지는 법이다.
처음에는 몸을 잔뜩 굳히고 버티다가 크게 넘어졌다. 이제는 '아, 넘어지겠네.' 싶으면 힘을 빼고 툭 내려앉는다. 덕분에 크게 다치는 일도 줄었다.

실패도 비슷했다. 몇 번 넘어지고 나니 실패가 예전만큼 무섭지 않았다. 넘어졌던 자리에서 툭 털고 일어나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가던 길을 갔다.

다리를 단련하려고 시작한 자전거였는데, 어느새 마음도 함께 단련되고 있었다.

요즘은 처음 보는 골목이 나타나면 괜히 들어가 본다.
끝에 뭐가 있을지 모르니까.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통닭집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