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닭집 앞에서

by문이

집단으로 모여 있는 것들은 약간의 두려움으로 눈길을 끈다. 살아 있는 것이든 죽은 생명이든, 심지어 아무 감정도 없는 물건일지라도.

통닭집 유리창 너머에 황갈색으로 튀겨진 닭들이 꽁무니를 바깥으로 향한 채 두 다리를 벌리고 엎드린 자세로 쌓여 있었다. 한 두 마리만 놓여 있었다면 그저 밋있는 간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같은 자세의 닭들이 산더미처럼 층층이 포개져 있으니 좀처럼 음식으로만 보이지 않았다. 이름도 표정도 잃은 채 일제히 엎드린 어떤 무리 같았다.
그 앞을 지나는데,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서늘함이 천천히 올라왔다.

조금 더 걸어가자 어느 미용실 앞 건조대가 눈에 들어왔다. 반으로 접힌 암회색 수건들이 줄을 맞춰 빼곡히 걸려 있었다. 수건 하나는 그저 젖은 머리를 닦는 물건일 뿐인데, 수십 장이 같은 크기와 색으로 늘어서 있으니 분위기가 달라졌다. 하루 종일 쏟아지는 머리카락과 한바탕 전투를 치르고 돌아온 병사들이 말없이 몸을 말리는 것 같았다.

아무리 작은 개미라도 빈틈없이 한 덩어리로 붙어 있으면 지나가던 뱀조차 쉽게 덤비지 못할 것 같다. 한 마리일 때는 손가락 끝으로도 밀어낼 수 있지만, 수천 마리가 뭉치면 전혀 다른 생명체처럼 보인다. 개미 각각은 사라지고 검고 꿈틀거리는 하나의 덩어리만 남는다.

어쩌면 원시시대의 인간도 그렇게 거대한 매머드 앞에 설 수 있었을 것이다. 혼자였다면 도망치기 바빴을 작은 인간들이 여럿이 모여 돌을 들고, 창을 겨누고, 한 방향으로 달려갔다. 한 사람의 팔은 짧고 약하지만 여러 사람의 팔이 동시에 움직이면 거대한 짐승도 쓰러뜨릴 수 있다. 무리는 작은 존재를 전혀 다른 크기로 바꾸어 놓는다.

영화 <적벽대전>에서 제갈공명이 화살을 얻는 장면도 떠오른다. 안개 속을 떠다니는 배에 적군이 쏜 화살이 쉼 없이 날아와 꽂힌다. 가느다란 화살 하나하나는 손으로도 쉽게 꺾일 만큼 연약해 보인다. 하지만 수천 개가 배의 옆면을 뒤덮는 순간, 배 전체가 팽팽한 긴장으로 진동한다. 화살촉마다 전기가 흐르고, 그 전류가 배 한 척을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로 만드는 듯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시 통닭집 앞을 지나쳤다. 유리창 안에서는 닭들이 여전히 같은 방향을 향한 채 엎드려 있었다.
한 마리도 나를 보고 있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수십 개의 시선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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