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화자는 방송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진짜 감정은 말줄임표 속에 있다. 하지만 정작 나온 말은 "그냥 앉아만 있음 되는 거예요?"다. 선배와의 관계 때문에 그런 거짓된 감정이 말로 표출되는 것이다. 이처럼 소설 속의 대화는 대화하는 두 사람의 관계를 드러내고, 말하는 사람의 속내를 감추는 역할을 한다. 말은 그 사람의 속내를 감춘다.
(김애란 소설 비행운의 한 장면 참고)
말이란 늘 캐릭터의 욕망을 배반하는 원치 않은 부산물이다. 그건 소설에서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대화를 나눌 때 자주 서로를 오해하는데, 그건 대화를 통해 우리가 진짜 욕망이 아니라 가짜 욕망을 서로 교환하기 때문이다. "네가 원하는 게 뭐야?"라고 백날 말해야 아무 소용이 없다. 말은 그 속성상 관계 속에서 속내를 왜곡한다. 진짜 원하는 바가 뭔지 알고 싶다면 '표정, 몸짓, 행동'을 관찰해야 한다."
ㅡ김연수, 소설가의 일 중
김연수 작가는 그 사람의 진짜 속마음을 알려면 사람의 말보다 표정, 몸짓, 행동을 보라고 한다.
남편이 한 번씩 했던 우스갯소리가 생각난다.
"이 지역 사람들은 말하는 것과 반대로 생각해야 해. 곧이곧대로 들었다간 낭패라니까. 괜찮아! 해 놓고선 괜찮은 게 아니더라고."
한때 지방에서 오래 머물렀던 남편은 그들의 습성을 잘 아는 듯했고, 그것을 가끔 가족에게도 적용시킨다.
배달음식을 시킬 때 내가 "난 배불러, 괜찮아, 안 먹을게."라고 말해도 선뜻 믿지 않는다. 자기 나름대로 내 속마음을 짐작해 행동한다.
사람의 욕망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욕망에는 층이 있고, 주름이 있다.
배달 음식이 도착하면 내 말이 가짜였음이 드러난다. 음식 냄새가 퍼지고 그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나의 의지는 약해진다. 아까 했던 가면의 말은 벗어던지고 어느새 나도 숟가락을 들고 있다.
그렇다면 '먹겠다'가 내 진짜 욕망이었을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더 깊은 곳에는 '먹고 싶지만 건강과 몸매를 위해 참겠다'거나 '먹고 싶지만 한 번 새침하게 튕겨 보자, 아마 또 권유할 테니 등' 또 다른 속삭임이 있었다.
사람의 마음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겹이다. 말은 그중 가장 바깥쪽 한 겹만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남편은 이제 내 말을 잘 믿지 않는다. 사실 나도 가끔은 내 말을 믿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