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바카라과강연에서 소셜클럽 발대식과 플리마켓이 열렸다.
나는 두 분의 작가님과 함께 간식, 생수, 저녁 식사 예약을 맡았다. 다행히 간식과 생수는 기증이 들어와 큰 걱정을 덜었다. 대신 다이소에서 간식을 담아둘 연둣빛 쟁반 몇 개를 샀다.
기증할 물건을 큰 가방에 담아 충무로 한국의 집 사랑카페에 도착했다. 선발대로 모인 우리는 물품 사진을 찍고, 정아 작가님이 사주신 커피를 마시며 진열 방법과 행사 진행을 이야기했다. 시작 전 특유의 기대와 긴장이 기분 좋게 오갔다.
도착한 운영진들은 단체 티셔츠로 갈아입고 하나둘 물건을 펼쳐 놓기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작은 흥분감이 피어올랐다.
행사가 시작되고 사람들이 들어찼다. 발대식과 운영진 소개, 구매 방식 안내가 끝나자 모두가 천천히 물건들 앞으로 모여들었다.
옷, 가방, 스카프, 신발, 찻잔 세트, 목공예품, 바카라, 기타까지. 누군가의 시간을 품고 있던 물건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몇 가지를 내놓았다.
남편이 사준 모자 가운데 내게는 작거나 어울리지 않았던 것들을 각각 오천 원에 기증했다. 두 분의 작가님이 하나씩 골라 써 보시더니 너무 마음에 든다며 사진까지 찍으셨다. 내게는 맞지 않았던 모자가 누군가를 멋쟁이로 만들어 주는 모습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났다.
신발장에 오래 모셔 두었던 새 장화도 있었다. 발가락이 닿아 몇 번 신어보고 포기했던 장화였다. 그런데 그 작은 장화가 꼭 맞는 분이 나타났다. 모두 함께 웃었다. 물건도 결국 자기 주인을 만나는 것 같았다.
가장 먼저 관심을 받은 것은 내 치마였다. 한 분이 몸에 대어 보며 한참을 고민하시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봤다. 괜히 '그걸 선택해 주세요.' 하는 마음이 생겼다. 마치 내가 평가받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두근거렸다.
플리마켓을 둘러보며 문득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가 떠올랐다. 전시된 작품들이 밤이 되면 생명을 얻듯, 이곳의 물건들도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다 하나둘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행사가 끝난 뒤 단체 톡방에는 후기가 이어졌다.
"가족에게 가져다줬더니 너무 좋아했어요."
"잘 샀다는 칭찬을 들었습니다."
그 글들을 읽으며 생각했다.
재활용 수거함이나 쓰레기봉투로 향했을지도 모를 물건들이 누군가의 집으로 들어가 다시 쓰이고, 다시 사랑받는 모습을 보는 일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그날 건물을 나서는 사람들의 손에는 하나씩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그 안에는 오래된 물건이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