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아들에게 말했다.
"해뜨기 전에 공원에 자전거 타러 갈래? 조금만 늦어도 금방 더워질 거야."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려는데 문득 생각이 났다. 아버지 집에 오래전부터 세워 둔 자전거가 있었다. 어차피 탈 거라면 그 자전거를 가져오자고 했다.
우리는 공유 자전거를 하나씩 빌려 출발했다.
가는 길에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아무리 걸어도 받지 않으셨다. 연락한 지도 꽤 되었던 터라 괜히 마음이 쓰였다.
혹시 무슨 일이 있으신 건 아닐까.
결국 그냥 가 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파리바게뜨에 들러 아이스커피 두 잔과 빵을 샀다. 대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어 조금 더 세게 두드리자 한참 뒤에야 아버지가 문을 열어 주셨다.
"아빠, 집에 계셨는데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으셨어요?"
아버지는 귀를 가리키며 웃으셨다.
"보청기를 빼놔서 벨소리를 못 들었어."
내 말도 처음에는 잘 알아듣지 못하셨다. 보청기를 다시 끼신 뒤에야 비로소 대화가 이어졌다.
예전에는 보청기가 불편하기만 하고 별 효과도 없다며 괜히 했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아버지, 보청기 없으면 큰일 나겠네요. 정말 꼭 필요하네요."
커피를 마시고 자전거만 끌고 오면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늘 그렇듯 예상은 빗나갔다.
오랫동안 타지 않은 자전거는 먼지가 수북이 내려앉아 있었고, 철제 바구니에는 녹이 피어 있었다. 뒷바퀴는 바람이 완전히 빠져 있었다.
물티슈를 꺼내 셋이 나란히 자전거를 닦기 시작했다.
손잡이를 닦고, 안장을 닦고, 바퀴를 닦고, 바구니 틈새까지 닦았다. 먼지가 묻은 물티슈가 금세 까매졌다.
겨우 깨끗하게 만든 뒤에는 바퀴를 굴려 보고 브레이크도 살폈다. 가는 길에 수리점에 들러 바퀴에 공기도 넣고 점검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너무 이른 아침이었다.
문을 연 자전거 가게는 한 곳도 없었다.
헛걸음을 하고 잔전 거를 끌고 집으로 향하는 길.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아, 모든 일이 쉽게 되는 건 없구나. 자전거 하나 가져오는 일도 쉽게 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시간이 걸리고 문제가 생기잖아. 뭐든 목적지만 바라보고 빨리 도착하려고 하면 자꾸 지치게 되는 것 같아. 차라리 결과만 바라보지 말고 과정을 즐기면서 천천히 가는 편이 훨씬 좋을 거 같네."
내 말을 듣던 아들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엄마, 저는 회복탄력성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처음에는 실패할 수도 있고 넘어질 수도 있잖아요. 중요한 건 넘어진 뒤에 얼마나 빨리 다시 일어나는지인 것 같아요."
아들은 언제 이렇게 생각이 깊어졌을까.
집 앞에 도착하자 아들이 자전거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나중에 제가 수리점에 맡겨서 점검받고 가져올게요."
7월의 어느 날, 못 타는 자전거 한 대를 사이에 두고, 아들과 엄마가 아침 햇살 속을 오손도손 나란히 걷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