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묶어놓기 시작하면 평생 묶여서 살아야 한다."
며칠 전에 sns에서 우연히 본 문장이다.
그 집에 텃밭을 망쳐 놓은 개를 보며 아들은 "그럼 묶어 놓자"고 했고,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한번 묶어놓기 시작하면 평생 묶여서 살아야 한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울컥했다. 그 개에 지난 날의 내가 보였기 때문일까.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좋은 아내와 착한 며느리, 훌륭한 엄마가 되려고 애쓰며 살아온 시간들. 그렇다고 그 역할을 석 잘 해낸 것도 아니었다. 내세울 것도 잘 하는 것도 별로 없었서였을까. 참는 것이 미덕이고, 맞추는 것이 사랑이라고 믿었다. 가다보니 어쪄다가 주어진 내 길 위에서 한눈 팔 생각조차 못하고 나를 찾으려하지 않았던 날들. 그건 마치 누군가가 묶어 놓은 줄 안에서 살아온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나를 묶고 있었다.
괜찮다고 말하고, 이번만 참자고 스스로를 달래고, 내가 없으면 안 된다고 믿으며 줄을 더 팽팽하게 잡아당긴 사람도 결국 나였다.
예전에 남편과 크게 다투고 집을 나온 적이 있다. 그때는 정말 이혼을 생각했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여자가 이혼하면 주변에서 흉본다. 아이가 불쌍하다."며 나를 설득했다. 딱히 갈 곳이 없었고, 길들여졌던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오랫동안 그 일을 그냥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문장에 문득 지난 날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날 내가 다시 줄 안으로 들어간 것처럼 느껴졌다.
그 선택이 옳았는지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른 삶을 살았다면 더 행복했을지, 더 힘들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날 이후에도 나는 오랫동안 '참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나이를 먹으니 조금 달라진다. 누군가 함부로 말하면 가끔은 그것이 잘못이라고 말해준다. 강하게 화를 내기도 하고, 싫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적어도 예전의 나는 아니다. 손에 쥔 줄을 내맘대로 흔들고 묶기도 끊어내기도 한다.
그 날 아침에는 이제 막 배운 자전거를 두 시간이나 탔다. 바람이 등을 밀어 주고, 속도가 나를 평소 가지 않던 길까지 데려다주었다.
이름 모를 꽃 앞에서 멈추고, 시냇물 소리를 듣고, 낯선 길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요즘 읽고 있는 <죽음의 에티켓>이란 바카라 때문인지 문득 죽음을 생각했다.
사람은 결국 죽는다. 자전거 위에서 그 생각을 하자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졌다. 더 이루지 않아도 괜찮고, 더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 순간에는 오직 바람과 꽃과 물소리만 있었다.
자유란 어쩌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묶고 있던 줄을 잠시 내려놓는 순간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