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지인의 아들 결혼식에 다녀왔다.
파란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신랑의 어머니가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신랑은 신부를 위해 노래를 불렀고, 어머니는 강물 같은 미소로 박수를 치고 계셨다.
그 미소를 보는 동안 자식을 세상으로 내어보내는 어머니의 마음을 가만히 짐작해 보았다. 기쁜 날인데도 그 안에는 한 아이를 키워 여기까지 보낸 시간이 함께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오후에는 아들과 시청 앞 치맥 축제에 갔다.
광장 옆 공원에서 함께 자전거를 탔다.
“엄마, 운동이 되려면 이 공원 둘레를 세 바퀴는 돌아야 해요.”
“여기서는 조금 더 빨리 달려 봐요.”
아들의 코칭과 칭찬에 힘을 내어 페달을 밟았다. 허벅지가 묵직해지고 더운 여름 저녁 공기 속에서 금세 땀이 흘렀다.
우리는 달콤한 칠리소스를 곁들인 새우튀김과 수제 맥주 한 캔을 나눠 먹었다. 몇 입 먹고 나니 다시 힘이 났다. 목을 톡 쏘며 넘어가는 시원함이 더위에 지친 몸을 감싸 주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잔디밭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돗자리마다 치킨과 맥주가 놓여 있었고, 웃음소리와 축구 중계에서 골이 터질 때마다 터져 나오는 함성이 여름밤 공기 속을 가득 메웠다.
그때 한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뽀얗고 통통한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젊은 엄마 아빠 사이에 앉아 치킨을 맛있게 뜯고 있었다.
나는 아들에게 말했다.
“저기 네가 있네. 우리도 저렇게 잔디밭에 앉아 치킨 먹던 때가 있었지.”
조금 더 걸어가니 이번에는 할아버지와 어린 손자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저기도 네가 있네. 너 어렸을 때 할아버지랑 참 친했잖아. 해수욕 갔다가 할아버지가 너 씻긴다고 담장 없는 남의 집 수도에서 씻기다가 주인 아주머니한테 혼난 적도 있었잖아.”
아들이 웃었다.
“나도 기억 나요. 아빠가 그 얘기 자주 했잖아요.”
그 웃음을 보는데 오전에 보았던 신랑 어머니의 미소가 다시 떠올랐다.
그 어머니도 예전에는 잔디밭에서 치킨을 뜯는 아들을 바라보며 웃었을 것이다.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아 주고, 넘어질까 봐 자전거를 따라 뛰었을 것이다.
세월은 아이를 청년으로 만들었고, 청년을 신랑으로 만들었다.
나는 다시 잔디밭을 바라보았다. 지나간 시간들이 거기에 멈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