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의 바다 그림을 보며

by문이


누군가 스레드에 여러 화가의 바다 그림을 올렸다. 화풍만 보고 '이건 누구 작품일까' 짐작하며 넘기다가 한 그림 앞에서 시선이 멈췄다.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이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김환기의 그림이었다.

같은 한국인의 정서가 통한 것일까.

화면에는 거대한 푸른 달과 작은 배 두 척이 있다. 대충 그린 듯한 배는 반달을 닮았고, 돛대는 보름달을 향해 뻗어 있었다. 나는 그 사이에서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달은 바다를 끌어당기는 힘을 가진다. 그 인력에 이끌리듯 배도 달을 향해 나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화면을 가득 채운 푸른빛은 현실의 바다가 아니라 꿈속의 바다 같았다. 어쩌면 이상향을 향한 여행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일반적인 해석은 어떨까?'
찾아보니 미술사에서는 조금 다르게 설명한다. 김환기의 바다는 한국적인 서정과 고요를 담고, 달은 우주와 영원, 배는 삶과 여행, 푸른색은 명상과 무한한 세계를 상징한다고 한다.

내가 본 것과는 조금 달랐다.
나는 사물을 보기보다 사물 사이의 관계를 먼저 보고 있었다. 그림보다 이야기를 읽고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다시 궁금해졌다.

'왜 나는 이렇게 보았을까?'
생각해 보니 그림은 세상을 보여주는 창이면서, 동시에 나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같은 그림을 보고도 어떤 사람은 고요를 읽고, 어떤 사람은 외로움을 읽는다. 희망을 보는 이가 있는가 하면, 허무를 보는 이도 있다. 그 차이는 그림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 안에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배와 달 사이를 오가는 보이지 않는 힘을 보았다. 이미 완전한 보름달보다 그곳을 향해 나아가는 움직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마 지금의 내 마음이 그곳에 닿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나는 문학을 읽으며 인간을 이해하려 하고, 자연을 바라보며 쉼을 배우고, 글을 쓰며 조금 더 온전한 삶을 향해 가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림 속에서도 이미 도착한 달보다, 그곳을 향해 가는 마음을 먼저 읽었는지 모른다.

그림은 화가가 그린 것이지만, 감상은 보는 사람의 몫이다. 김환기의 바다를 오래 바라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림을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 그림 속에서 지금의 나를 만나고 있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