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도착하기 전에 있다

by문이

가만히 돌아보면 우리를 가장 설레게 했던 순간은 도착한 뒤가 아니라, 도착하기 전이었다.

여행도 그렇다. 막상 떠나고 나면 예상치 못한 변수도 생기고 피곤함도 찾아온다. 그런데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은 다르다. 지도를 펼쳐 보고, 숙소를 고르고, 무엇을 먹을지 상상하는 그 시간이 이미 여행의 절반이다.

꽃도 마찬가지다. 활짝 핀 꽃도 아름답지만, 막 터지려는 봉오리 앞에서 더 오래 발길을 멈추게 된다. 내일이면 피겠지, 모레는 더 화사해지겠지 하는 기대가 우리 마음을 먼저 꽃피운다.

아이의 설날을 기다리는 마음이 그렇다. 새 옷을 꺼내 놓고, 세뱃돈을 얼마나 받을까 상상하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소풍 전날 밤에는 가방을 몇 번이나 열었다 닫았다. 잠을 자야 내일이 빨리 온다는 걸 알면서도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

사랑도 그랬다. 약속 장소로 걸어가며, 노래 가사처럼, 그를 만나기 백 미터 전부터 심장은 먼저 뛰기 시작했다. 아직 만나지도 않았는데 이미 행복했다.

우리는 흔히 목표를 이루는 것이 기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기쁨은 결과보다 과정 속에 더 오래 머물러 있었다. 기다리는 시간, 상상하는 시간, 가능성을 품고 있는 시간이 우리를 살아 있게 했다.

그래서 희망은 단순히 미래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기꺼이 사랑하는 능력이다.

나이가 들수록 결과를 빨리 얻으려 한다. 효율을 따지고, 성과를 계산한다. 하지만 삶의 가장 빛나던 순간들은 대부분 '아직'이라는 시간 속에 있었다.

희망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설렘에,

꽃이 피기 직전의 봉오리에,

소풍 전날 밤의 뒤척임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직전의 두근거림에.

희망은 언제나 우리를 앞으로 걸어가게 하는, 가장 따뜻한 기쁨이었다.

희망에 대한 이 글을 발행하고 나서보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이 행복이라는 걸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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