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늘 자전거 배울래요?"
오후 늦게 혼자 카페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을 때, 아들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동안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차일피일 미뤄두었던 자전거 연습. 오늘이 날이구나 싶어 설레는 마음으로 나섰지만, 마음 한구석엔 긴장감과 함께 묘한 감회가 밀려왔습니다.
사실 제게 자전거 타기는 기억에서 사라진지 오래 전이었습니다. 딸들만 줄줄이 있던 우리 집은 시골에 살 때도 자전거 구경조차 못 해 배워볼 기회가 없었죠. 그러다 90년대 초, 대학생 시절에 사촌에게 배워보겠다며 여의도 광장(현 여의도공원)으로 나섰던 적이 있습니다. 넓은 광장에서 무려 두 시간 동안 땀을 흘렸지만, 지독한 몸치였던 저는 결국 자전거 위에 올라서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중년이 된 지금, 다시 자전거에 도전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약 2주 전, 아들과 함께했던 첫 번째 도전은 아찔한 기억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처음엔 올라타는 것조차 되지 않아 아들이 뒤에서 겨우 잡아주며 출발했었죠. 그러다 브레이크 잡는 것과 방향 전환이 서툴러 크게 중심을 잃고 말았습니다.
자전거에서 몸이 튕겨 나가며 옆 화단 잔디밭으로 넘어졌는데, 얼굴 정면이 땅에 살짝 닿으면서 입안으로 흙 몇 알이 씹히고 윗니가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턱에는 미세한 스크래치 두 줄이 훈장처럼 남았죠.
아들은 불안해서 제곁을 지켰습니다. 제가 혼자 연습해 보겠다고 해도 넘어질까 봐 안절부절못하며 자리를 뜨지 못하는 아들의 모습에서, 엄마를 생각해 주는 든든함과 고마움이 깊게 밀려왔습니다
그때의 기억 때문에 이번 두 번째 도전을 앞두고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두려움이라는 허상을 몰아내고 용기를 내어 다시 페달에 발을 올렸습니다. .
아들의 고마운 마음을 원동력 삼아 서너 번을 다시 시도했을까요? 어느 순간, 아들의 손길 없이 자전거가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속도를 내는 순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하고 기분 좋은 해방감이 찾아왔습니다. 속도를 내야 비로소 균형이 잡힌다는 원리를 바카라이 아닌 온몸으로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저 같은 몸치도 용기를 꺼내놓으니 마침내 해내고야 만 것입니다.
아들은 처음 자전거 타는 제 모습을 기념해야한다며 동영상으로 남겨주었습니다.
겨우 잡은 이 기술과 감각을 절대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어제는 아픔도 잊은 채 한 시간 가량 자전거를 계속 탔습니다.
그 열정의 대가로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엉덩이도 욱신거리고 어깨가 잔뜩 뻐근합니다. 하지만 이 뻐근함마저도 30년 만에 두려움을 이겨냈다는 증거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최근 무릎이 아파서 익숙해졌던 달리기를 잠시 쉬고 있었는데, 이제 새로운 운동 파트너로 자전거가 생겨 앞으로의 날들이 기대됩니다.
두려움을 넘어 바람을 가르던 그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며, 제 인생의 새로운 페달을 계속 밟아나가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