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장 위의 웃음

by문이


함께한 서사는 말하지 않아도 감정이 통한다. 오늘 지하철 승강장에서 우리는 그것을 온몸으로 보여줬다.

어제 혼자 여행 날짜를 착각해 지하철을 타고 한 정거장을 갔다가 돌아온 나, 단톡방에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그 한심함과 민망함이란.

하지만 오늘 동료들을 마주한 순간, 그 민망함은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에너지로 변했다.
한 사람이 그 일을 떠올리며 웃기 시작하자 아무 말도 없이 세 명이 따라 웃었고, 그 웃음은 눈덩이처럼 구르더니 네 명이 한참을 배꼽 잡고 웃는 소동으로 번졌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영문을 모른 채 우리를 쳐다보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어제의 그 상황, 그 대화를 각자의 머릿 속에 떠올렸는지 입을 크게 벌리고 눈가에 주름을 만들며 배에서부터 올라오는 성우 목소리를 내고 웃었다.
신기했다. 말하지 않아도 똑같은 감정이 하나의 울림으로 터져 나온다는 것이.

한바탕 웃음 폭풍이 지나간 뒤,
"웃기죠? 내가 일부러 재밌게 해주려고 그런 거였어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내 뻔뻔한 농담에 한 쌤이 눈물을 닦으며 "요즘 정말 웃을 일이 없었는데 덕분에 많이 웃었다"고 답해주었다.
나의 엉뚱한 실수가 모두에게 숨통이 트이는 웃음이 되었다니, 이보다 더 완벽한 여행의 시작이 있을까.
어제의 엇박자가 오늘의 아름다운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