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그림자

by문이

물고기 여섯 마리, 아니 열 두 마리. 얼핏 보면 짙은 그림자만 보인다.


물속을 들여다보면 물고기보다 그림자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어 놓은 듯, 둘은 떨어지지 않고 함께 움직인다. 물고기가 방향을 바꾸면 그림자도 따라 흔들리고, 잠시 멈추면 그림자도 고요해진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모두 저런 그림자를 하나씩 달고 사는 것은 아닐까. 실체보다 더 먼저 보이고, 때로는 더 크게 보이기도 하는 것. 소문일 수도 있고, 타인의 시선일 수도 있고, 내가 만들어 낸 생각일 수도 있다.


어느 순간에는 그 그림자가 나보다 더 또렷해 보이기도 한다. 나를 가리고, 나를 대신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물 위를 다시 들여다보면 알게 된다. 그림자는 빛과 각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고, 실체를 벗어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결국 남는 것은 하나다.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있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