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온더워터에서 바이버리까지
I remember too the light on the slopes.
Long shadows in tufts and hollows…
언덕 비탈에 비치던 빛도 기억한다.
풀숲과 움푹 팬 곳에 길게 드리운 그림자들.
- 로리 리, 《Cider with Rosie》(1959)
러니미드를 떠나 템스강을 따라 서쪽으로 향한다. 낮은 구릉과 목초지 사이로 황금빛 석조 집들이 모인 마을들이 이어진다. 코츠월드(Cotswolds)다.
코츠월드 스톤(Cotswold stone)으로 지은 집과 돌담은 마을과 들판을 하나의 풍경으로 이어놓는다. 오래된 마을과 목초지, 숲이 어우러진 이 지역은 1966년 특별자연미관지역(Area of Outstanding Natural Beauty)으로 지정되었으며, 현재는 코츠월드 내셔널 랜드스케이프(Cotswolds National Landscape)라 불린다.
코츠월드를 쓴 작가, 로리 리
코츠월드의 풍경을 자신의 어린 시절과 함께 문학으로 남긴 작가도 있다. 로리 리(Laurie Lee, 1914–1997)는 코츠월드의 작은 마을 슬래드(Slad)에서 성장했다. 그가 어린 시절 걸었던 들판과 숲길, 마을 사람들의 삶은 훗날 <Cider with Rosie>에 담겼다.
지금도 슬래드에는 그의 무덤이 자리하고, 마을 주변으로는 그의 삶과 작품을 따라 걷는 길이 이어진다.
양모의 왕국
황금빛 석조 건물을 따라 마을을 걷는다. 마을과 마을 사이를 지날 때마다 돌담 너머로 초지가 펼쳐지고, 언덕 위에는 양 떼가 흩어져 풀을 뜯고 있다.
코츠월드라는 이름은 흔히 고대 영어의 cot, 즉 양우리와 wold, 구릉이나 높은 들판을 뜻하는 말이 합쳐진 것으로 설명된다. 정확한 어원에는 다른 해석도 있지만, 양이 오랫동안 이 지역의 풍경과 삶을 이루어왔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돌담 너머로 풀을 뜯는 양 떼
중세 코츠월드의 부를 만든 것도 양모(wool)였다. 석회암 지대의 넓은 초지에서 기른 양의 털은 높은 품질로 이름을 얻었고, 양모는 국내외로 거래되었다. 그렇게 쌓인 부로 마을의 교회와 상인의 집, 시장 건물을 세웠다.
오늘의 평화로운 목초지 뒤에는 한때 잉글랜드의 중요한 산업이었던 양모의 역사가 놓여 있다.
치핑캠든(Chipping Campden)
치핑캠든은 중세 코츠월드 양모 무역으로 크게 번영한 마을이다. 이름의 ‘Chipping’ 역시 시장을 뜻하는 옛말에서 비롯되었다.
하이스트리트 중앙에는 1627년에 세워진 마켓홀(Market Hall)이 남아 있다. 오래된 돌기둥과 목조 지붕 아래에는 옷과 생활용품을 파는 좌판이 펼쳐져 있다. 수백 년 전 이곳에서는 치즈와 버터, 가금류 같은 물품이 거래되었다.
몇 세기가 흐른 1930년대, 치핑캠든에는 T. S. 엘리엇(T. S. Eliot, 1888–1965)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Footfalls echo in the memory
Down the passage which we did not take
Towards the door we never opened
Into the rose-garden.
기억 속에 발소리가 울린다.
우리가 가지 않았던 길을 따라,
열지 않았던 문을 향해,
장미 정원 속으로.
- T. S. Eliot, 〈Burnt Norton〉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