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니미드와 마그나 카르타, 800년의 메아리

정의가 꽃피운 자리

by꽃보다 예쁜 여자


At Runnymede, at Runnymede,
What say the reeds at Runnymede?
The lissom reeds that give and take,
That bend so far but never break.

러니미드에서, 러니미드에서,
갈대들은 러니미드에서 뭐라 속삭이는가?
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리며
멀리 휘어져도 결코 꺾이지 않는 갈대들…
- 러디어드 키플링, 〈러니미드의 갈대〉(1911)

템스강을 따라 러니미드(Runnymede)의 드넓은 초원이 이어진다. 1907년 영어권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러디어드 키플링은 갈대의 목소리를 빌려 1215년의 이야기를 노래했다.


러니미드의 갈대는 아직도 그날을 기억할까.



Runnymede Meadow 1215년, 마그나카르타가 이루어진 초원



지금은 이렇게 평화로운 초원이지만, 1215년 6월 이곳에는 잉글랜드의 왕과 그에게 맞선 귀족들이 모였다. 그들이 협상한 문서가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 ‘대헌장’이다. 존 왕은 이곳 러니미드에서 마그나 카르타에 인장을 찍었다.


6월 초부터 러니미드의 초원에는 보랏빛 클로버와 엉겅퀴, 노란 미나리아재비가 피어난다고 힌다. 내가 방문한 3월 말에는 아직 꽃이 피기 전이라 아쉬웠다.


열두 개의 의자, The Jurors


러니미드의 초원 한가운데 청동 의자 열두 개가 서로 마주 보도록 놓여 있다. 2015년 마그나 카르타 800주년을 기념해 영국 예술가 휴 록(Hew Locke)이 만든 설치미술 〈The Jurors〉다.


각 의자의 등판에는 법과 자유, 평등과 정의를 둘러싼 역사적 사건과 인물의 이미지가 새겨졌다. 마그나 카르타에서 시작해 노예제와 여성의 권리,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둘러싼 여러 시대의 이야기가 한자리에 모였다.


<The Jurors〉는 바라보기만 하는 기념물이 아니다. 누구나 의자에 앉아 그 위에 표현된 역사와 사건을 이야기하고, 정의의 의미를 토론하도록 초대하는 예술작품이다.


나는 잠시 의자에 앉아 그 날을 그려본다. 존 왕은 어쩌다 이곳 러니미드에서 귀족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했을까.



2015년, 마그나 카르타 800주년을 기념해 영국 예술가 휴 록(Hew Locke)이 만든 러니미드(Runnymede)의 설치미술 <The Jurors〉


회의의 초원, 러니미드


러니미드의 옛 이름 Runemede는 ’회의의 초원(meeting meadow)’이라는 뜻이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모여 논의하던 장소였다고 전한다.


현장 안내판에는 1215년 협상 장면을 재구성한 그림이 실려 있다. 존 왕의 군대와 반란 귀족들의 진영 사이에 캔터베리 대주교의 천막이 자리한다. 말 위에 앉은 존 왕 앞에는 귀족 대표들이 서 있다.





당시 존 왕은 윈저성에 머물렀고, 귀족들은 스테인스(Staines)에 진을 치고 있었다. 러니미드는 윈저성에서 약 3마일, 스테인스에서 약 2마일 떨어진 중립적인 협상 장소였다.


왕의 성도, 귀족의 성채도 아닌 곳. 러니미드는 서로가 상대의 영역으로 들어가지 않고 마주할 수 있는 초원이었다.





존 왕이 러니미드에 오기까지


1066년 노르만 정복으로 잉글랜드 왕이 된 윌리엄이 1087년 세상을 떠난 뒤, 왕위는 둘째 아들 윌리엄 2세(William II)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1100년 윌리엄 2세가 사냥 중 갑작스럽게 죽자 막내 동생 헨리 1세(Henry I)가 왕위에 올랐다.


헨리 1세에게는 왕위를 이을 아들 윌리엄 애설링(William Ætheling)이 있었다. 그러나 1120년, 프랑스에서 잉글랜드로 돌아오던 화이트십(White Ship)이 침몰하면서 아들이 목숨을 잃었다. 왕위 계승의 길이 흔들렸다.



러니미드(Runnymede)는 런던 서쪽 템스 강가에 자리한 초원 지대로, 히드로 공항과 윈저 성(Windsor Castle)에서도 멀지 않다. 런던에서 약 30km



헨리 1세는 딸 마틸다 황후(Empress Matilda)를 후계자로 세우려 했지만, 1135년 그가 죽자 조카 스티븐(Stephen)이 왕위를 차지했다. 두 사람의 왕위 다툼은 오랜 내전으로 이어졌다. 훗날 무정부시대(The Anarchy)라 불리는 시기다. 결국 왕위는 마틸다의 아들에게 이어졌다.


1154년 헨리 2세(Henry II)가 즉위하면서 플랜태저넷 왕조가 시작되었다. 헨리 2세는 왕실 재판과 행정제도를 확대하며 왕권을 강화했다. 그의 아들 리처드 1세(Richard I)를 거쳐 1199년에는 동생 존(John)이 왕위에 올랐다.


그러나 존 왕의 통치는 잇따른 실패와 갈등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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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예쁜 여자가 되고 싶어 꽃을 만드는 공예가입니다. 물론, 외면이 아닌 내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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