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벤트 가든에서 만난 디킨스와 올리버 트위스트
런던의 6월 아침, 클라리사 댈러웨이는 파티에 쓸 꽃을 사러 집을 나선다. 무엇보다 런던 거리를 거니는 게 좋다.
I love walking in London.
런던 거리를 거니는 게 좋아요.
- 버지니아 울프 <댈러웨이 부인> (1925)
클라리사의 발걸음은 본드 스트리트(Bond Street)의 꽃가게로 향한다. 버지니아 울프가 그린 꽃가게에는 장미와 아이리스, 델피니움과 카네이션이 가득하다.
There were roses; there were irises.
장미가 보였고, 아이리스도 보였다.
- Virginia Woolf <Mrs. Dalloway>
소설 속 꽃가게를 떠올리며 코벤트 가든(Covent Garden) 광장에 들어선다. 꽃과 초록을 가득 실은 파란 바퀴 수레가 눈에 들어온다.
꽃을 사러 나간 클라리사와 달리, 코벤트 가든에는 꽃을 팔던 또 다른 여인이 등장한다. 엘라이자 둘리틀(Eliza Doolittle).
비가 쏟아지는 밤, 코벤트 가든의 세인트 폴 교회(St Paul’s Church) 포르티코 아래에서 꽃을 팔던 엘라이자는 음성학자 히긴스와 처음 만난다. 내 기억 속 엘라이자의 얼굴은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이다.
조지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Pygmalion)》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로 다시 태어났다. 1964년 조지 쿠커(George Cukor) 감독의 영화에서는 오드리 헵번이 엘라이자를 연기했다.
히긴스와 피커링 대령은 엘라이자의 거친 런던 말씨를 고쳐 상류슬롯에서도 귀부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를 두고 내기한다. 엘라이자는 끊임없이 말과 발음을 배우고, 달라진 말투만큼 그녀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달라진다.
꽃과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여배우로 기억해 온 오드리 헵번. 코벤트 가든의 꽃 사이에서 오래전 영화 속 그녀를 다시 만난다.
코벤트 가든 광장 바로 곁, 러셀 스트리트(Russell Street) 8번지. 건물 벽에는 작은 플라크 하나가 걸려 있다.
1763년 5월 16일, 이곳에 있던 배우 출신 서점상 토머스 데이비스(Thomas Davies)의 서점에서 새뮤얼 존슨(Samuel Johnson)과 젊은 제임스 보즈웰(James Boswell)이 처음 만났다.
보즈웰은 훗날 <새뮤얼 존슨의 생애(The Life of Samuel Johnson)>를 썼다. 영어권 전기문학의 고전으로 남은 바카라의 인연이 바로 이 작은 서점에서 시작되었다. 250여 년 전 그 만남이 이루어진 자리에서 그 장면을 그려본다.
수도원의 정원에서 시장과 극장의 거리로
코벤트 가든이라는 이름은 중세 웨스트민스터 수도원의 정원에서 비롯되었다. 17세기 제4대 베드퍼드 백작은 건축가 인고 존스(Inigo Jones)에게 이곳의 개발을 맡겼다. 존스가 설계한 광장과 세인트 폴 교회를 중심으로 주변에는 상류층의 저택이 들어섰다.
그러나 광장에는 곧 과일과 채소를 파는 상인들이 모여들었다. 상류층을 위해 만든 광장이 점차 런던을 대표하는 시장으로 변해간 것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1830년에는 건축가 찰스 파울러(Charles Fowler)가 설계한 새로운 시장 건물이 들어섰다. 그 후 19세기 후반에는 열려 있던 시장 공간에 철골과 유리 지붕이 더해졌다.
햇살이 스며드는 유리 지붕 아래에서는 바이올린 선율이 흐른다. 2층에는 갤러리를 따라 기념품을 파는 작은 가게와 카페가 이어지고, 여전히 사람들이 모여든다.
채소와 과일을 팔던 시장은 이제 없지만, 광장에는 꽃과 초록을 가득 실은 파란 바퀴 수레가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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