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왜 그는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을 외쳤을까?
〈Can't Hold Us〉, 〈Thrift Shop〉 등 맥클모어(Macklemore) 유튜브 주요 노래 댓글창에 에드 시런 이야기가 몰리고 있습니다. 이는 2026년 9월 맥클모어가 에드 시런의 미국 '루프 투어(Loop Tour)' 오프닝 무대에서 "Free Palestine(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을 외치며 시작되었습니다.
일부 스타디움 소유주들의 압박 속에 공연 기획사에 의해 남은 미국 일정에서 빠졌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건의 큰 줄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무대 발언 → 친이스라엘 단체·공연장 측 반발 → 기획사의 하차 결정 → 다른 오프닝 아티스트 전원 이탈 → 에드 시런의 눈물의 사과 → 맥클모어의 100만 달러 기부 약속과 'Free Palestine 투어' 발표
'투자자', '모든 공연 취소 최후통첩', '인생 최악의 일주일', '전액 기부 완료', '단독 투어' 같은 표현은 실제 보도와 결이 조금씩 다릅니다.
미국 뉴저지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의 이틀
2026년 9월 4일과 5일에 시작된, 루프 투어(Loop Tour)는 에드 시런의 여섯 번째 콘서트 투어로, 2025년에 나온 여덟 번째 정규 앨범 《Play》를 위한 투어입니다. 2025년 9월 18일 26회 규모의 북미 투어가 발표됐습니다.
미국 일정의 공연 기획사(프로모터)는 '메시나 투어링 그룹(Messina Touring Group)'입니다. 이 이름은 사건 전체에서 아주 중요하니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오프닝은 도시별로 여러 아티스트가 돌아가며 서는 방식이었습니다. 보도에 등장하는 이름은 맥클모어, 피니어스(빌리 아일리시의 오빠이자 프로듀서), 덴마크 밴드 루카스 그레이엄, 아일랜드 싱어송라이터 에런 로(Aaron Rowe)입니다.
여기에 매일 밤 에드 시런과 함께 무대에 서던 아일랜드 포크 밴드 베오가(Beoga)가 하우스 밴드로 있었습니다. 에드 시런의 해명에 따르면 맥클모어는 "작년에 내 투어에 함께하고 싶다고 요청"했고, 에드 시런은 "예술가로서 존중하기 때문에" 승낙했다고 합니다.
첫날인 9월 4일, 맥클모어는 이번 투어에 참여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가 "이런 경기장에 서서 내 마음에 매우 소중한 두 단어를 말하기 위해서"였다며 'Free Palestine'을 외쳤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2024년에 발표한 저항곡 〈Hind's Hall〉을 불렀습니다.
그는 "가자에서 점령된 서안지구까지, 사람들은 우리가 그들을 잊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다"라고 말하며 팔레스타인뿐 아니라 레바논, 쿠바, 콩고, 수단, 이란의 자유까지 함께 외쳤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이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첫 공연 직후 여러 NFL 구단·스타디움 소유주 측이 메시나 투어링 그룹에 'Free Palestine'이라는 문구와 〈Hind's Hall〉이 혐오 표현에 해당한다며 우려를 전달했고, 기획사는 "맥클모어가 다시는 무대에서 팔레스타인을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둘째 날인 9월 5일, 맥클모어는 다시 팔레스타인을 언급했습니다. 이번에는 객석의 유대인 관객을 향해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 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한 비판, 집단학살에 반대하는 것은 결코 여러분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내 메시지는 평화를 위한 것"이라며 미국 이민단속국(ICE)을 "테러 조직"이라 부르며 그 공포 속에 사는 사람들의 자유도 외쳤습니다. 마무리는 "우리 모두가 자유로워질 때까지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였습니다.
누가, 어떻게 항의했나: 청원, 팝스타의 리포스트, 그리고 40분짜리 전화
9월 6일, 미국의 친이스라엘 단체인 이스라엘계 미국인 협의회(IAC)가 맥클모어를 투어에서 빼라는 청원을 시작했습니다. 청원문의 핵심은 "이것은 에드 시런의 콘서트였지, 정치 집회나 시위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맥클모어가 정치적 견해를 가질 권리 자체가 아니라, 오프닝 가수가 세계적인 콘서트 무대를 "일방적인 정치적 의제"에 쓰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반유대주의 퇴치 운동(CAM)도 하차를 요구했는데, 이들은 무대 발언과 함께 2014년 5월의 의상 논란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당시 맥클모어는 시애틀 공연에서 가짜 매부리코를 붙인 분장을 했는데, 비평가들은 이것이 유대인을 희화화한 고전적 캐리커처를 연상시킨다고 비판했고, 맥클모어는 며칠 만에 사과하며 반유대주의적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팝스타 핑크(Pink)는 친이스라엘 단체 '스톱안티세미티즘'의 맥클모어 비판 게시물을 공유했다가 역풍을 맞았고, 9월 11일 유대인인 자신이 "내 민족을 위해 일어선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리고 사건의 핵심 인물, 로버트 크래프트가 등장합니다. 크래프트는 NFL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구단주이자, 매사추세츠주 폭스버러의 질레트 스타디움을 소유한 크래프트 그룹의 회장입니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반유대주의 퇴치 활동에 막대한 돈을 써 온 인물로, 워싱턴타임스는 그가 '유대인 혐오에 맞서라(Stand Up to Jewish Hate)' 캠페인에만 2천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고 전했습니다.
WSJ 보도에 따르면, 크래프트는 에드 시런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40분간 통화했습니다. 팔레스타인인에게 연민을 느끼지만 맥클모어의 발언은 "혐오 표현이지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 통화에서 그는 자신과 다른 NFL 구단주들, 즉 아서 블랭크(애틀랜타 팰컨스), 데이비드 테퍼(캐롤라이나 팬서스), 제프리 루리(필라델피아 이글스)가 맥클모어의 발언을 혐오 표현으로 여기며, 맥클모어가 투어에 남으면 자신들의 경기장에서 공연을 취소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합니다.
질레트 스타디움 측은 공식 성명에서 맥클모어의 "최근 행동, 뉴저지 공연 무대에서 공유된 내용, 그리고 유대인 공동체에 깊은 상처를 준 반유대주의적 수사와 이미지의 더 넓은 이력"을 근거로, 9월 25일·26일 질레트 공연에 그가 참여하는 것은 "선을 넘는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결정은 누가 내렸나: 기획사, 공연장, 그리고 에드 시런
9월 14일, 메시나 투어링 그룹은 롤링스톤에 아래와 같은 성명을 냈습니다.
우리는 향후 공연장들로부터 맥클모어가 라인업에 있는 콘서트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는 투어 취소로 이어져 수십만 명의 팬에게 영향을 줄 것이었다. 관계자들과 논의한 끝에 맥클모어는 남은 일정에 서지 않는다.
같은 날 맥클모어는 1,000 단어에 가까운 인스타그램 입장문을 올렸습니다. 그는 에드 시런과 일주일 동안 "어려운 대화"를 나눴지만 "근본적인 불일치" 속에 끝났다고 했고,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나는 피해자가 아니다. 에드 시런도 피해자가 아니다. 핑크도 피해자가 아니다. 피해자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다.
그러면서도 에드 시런을 향해 "억압자와 피억압자 사이에 중립은 없다"라며 날을 세웠고, 동시에 "13년의 우정은 한 번의 고통스러운 의견 차이로 사라지지 않는다. 내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다음 날인 9월 15일, 에드 시런이 침묵을 깼습니다. 그의 인스타그램 입장문 중 가장 많이 인용된 문장은 이것입니다.
맥클모어가 투어에서 빠진 것은 기획사의 결정이었지, 내 결정이 아니었다. 맥클모어의 투어 계약은 내가 아니라 기획사와 맺은 것이다.
그는 공연장들이 문제 삼은 것이 "말한 내용 전체"가 아니라 "맥클모어가 메시지 일부를 전달한 방식"이었다고 통보받았다고 했고, 크래프트를 포함한 공연장 측, 그리고 "양쪽의 활동가들"과 일주일 내내 대화하며 다리를 놓으려 했지만 "공연장과 기획사의 결정은 최종적이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나는 공모하지 않았다(I am not complicit)"며,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는다고 견해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내 관객에는 어린이를 포함해 모든 배경의 젊은이들이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정리하면, 하차를 공식적으로 결정하고 발표한 주체는 기획사(메시나 투어링 그룹)이고, 그 결정의 직접적 원인은 공연장(스타디움 소유주)들의 거부 통보였습니다.
에드 시런은 "내 결정이 아니었다"는 입장이고, 맥클모어는 입장문에서 "에드 시런과 그의 팀이 나를 투어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같은 사건을 두 친구가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셈입니다.
줄하차: "억압받는 이들을 위해 말하는 예술가의 입을 막아선 안 된다"
에드 시런의 입장문이 올라온 지 몇 시간 만에, 사태는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넘어갑니다. 9월 15일, 남아 있던 오프닝 아티스트들이 차례로 하차를 선언한 것입니다.
피니어스는 "억압받는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예술가들이 침묵당해서는 안 된다"며 에드 시런과의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일랜드 출신 에런 로는 억만장자가 권력으로 목소리를 침묵시키는 것을 방관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하차했고, 아일랜드의 기근·점령·식민지배 역사를 언급했습니다.
하우스 밴드 베오가는 "10년 넘게 에드와 친구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식민주의를 이해하는 아일랜드인"이라며 떠났습니다. 루카스 그레이엄은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에드 시런에게 감사를 표하는, 가장 온건한 방식으로 하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