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탁구대회 참가
탁구를 시작한 지 수년이 지났다. 주민센터나 문화센터의 탁구 프로그램에 참여해 왔지만 탁구 실력은 잘 늘지 않았고 같이 치시는 분들은 더 열심히 하시니 내가 발전하는 속도보다 빨라서 격차는 더 벌어지는 것 같았다. 관심이 있어서 국제 경기도 많이 보아 그런지 눈은 엄청 높아졌는데 내가 치는 실력은 형편없으니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결국 개인 레슨을 받기 시작했지만 나이도 있어서 속도가 느리고 풋워크가 안 됐다. 발전하는 속도는 더뎠지만 그래도 열심히 노력했다. 처음 시작했을 때에 비하면 자세도 좋아지고 서브도 다양해지고 상대방 서브의 회전에 따라 다양하게 리시브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양반이 되기는 했다.
코치님의 가르침을 잘 새겨서 연습하고 자주 같이 치시는 분들과 게임을 해보면 이제는 제법 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자주 보는 사람들과의 경기는 상대방의 성향과 특기를 알기 때문에 대비를 할 수 있다. 구장에서 친선 대회를 해도 대부분 비슷한 실력의 아는 사람들과 게임을 하는 것이어서 여러 번 경험하니 새롭지 않다. 코치님이 주는 볼박스 연습은 이미 짜인 각본을 되풀이해서 연습하는 것인데 막상 경기를 해보면 그 기술이 잘 적용되지 않는다. 또 새로운 상대와의 경기도 예상할 수 없는 반응에 놀란다. 학교에서 안전하게 배운 지식들을 졸업하고 현장에서 적용할 때 고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신의 객관적인 위치를 알려면 대회에 나가 부딪쳐 봐야 한다.
선배들이 여러 대회에 참가하고 와서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막연하게 꿈꾸었던 세계를 나도 맛보기로 했다.
같은 구청에 소속된 동별로 대항하는 지역대회가 열렸다. 나는 주민센터 탁구반에 참여하고 있어서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있었다. 3명이 팀을 짜서 2 단식 1 복식을 하고, 또 개인전 단식도 할 수 있는 형식이었다. 초보치고는 기본 실력이 있다는 과대평가만 믿고 본선에 진출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예선에서 나와 대결한 2명의 선수가 예상외로 실력자였다.(모든 패자들의 변명이다. 하하.) 그중 한 분이 수상을 한 것을 보면 초반에 대진운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작은 구 대회에도 이렇게 잘 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 아무튼 창피하게도 개인전 예선 탈락을 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후에 이어진 단체전에서는 우리 팀이 약체여서 1차전에서 떨어질 것으로 예상을 하고 마음을 비우고 임했는데, 복식에서 이기고 마지막 단식에서도 내가 이겨서 2차전에 진출했다. 물론 2차전에서는 탈락했지만, 1차전 승리 후 우리 팀은 마치 우승한 것처럼 기뻤다.
나의 경기가 없는 시간에는 다른 선수들의 게임도 보고 응원하고 학창 시절 소풍 때처럼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대화도 나누고 서로를 격려하는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8시에 가서 5시가 다 되어 집에 돌아왔는데도 하나도 힘들지 않고 기운이 샘솟았다. 자주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여러 대회를 순회하는지 조금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동별 참가자들이 다소 연배가 있는 멤버들인 반면에 기업팀들은 20대 30대 청년들이 많았다. 그들은 나이답게 힘이 있었고 고난도의 기술도 구사했다. 무엇보다 젊은 사람들의 에너지와 팀워크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 단연코 일찍 제대로 탁구를 배울 것이다. 너무 늦게 시작해서 한계가 있는 것이 아쉽기 때문이다.
코치님이 받기 좋게 준 공을 못 받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또 매일 같이 치는 사람의 서브를 못 받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다 우물 안에서나 왕이다.
그 우물 안 개구리가 드디어 세상에 나와서 세상에 실력자가 얼마나 많은지 깨달았다. 늘 익숙하던, 뻔한 것 말고 새로운 경험을 하며 가슴 떨리는 순간을 맛보는 기회를 가졌다. 매일 비슷한 일만 일어나는 일상은 지루하다.
내가 가진 무기가 쓸만한지, 고쳐야 하는지 사용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 피드백을 받으려면 대회에 나가서 모르는 사람과 경기를 해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