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순간, 삶은 이야기가 된다

글쓰기

by양정회

퇴직 후 나의 하루는 이전과 달라졌다.

교단에서 아이들과 함께했던 시간, 워킹맘으로 바쁘게 살아온 시간. 가족과 일로 앞만 보고 달렸다.


은퇴는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영어 공부와 그림 그리기,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다. 여행을 떠났고,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만났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여행에서 마주한 풍경, 스쳐 지나간 사람들, 마음에 오래 남는 순간들을 잊고 싶지 않았다. 사진만으로 담기 어려운 감정들이 있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릴 적 소 먹이러 다녔던 시간, 부모님과 형제들 사이에서 맏딸로 살아온 기억, 아이들을 키우며 지나온 날들, 딸과 함께 떠났던 여행, 낯선 땅에서 만난 풍경들까지.


흩어져 있던 기억의 조각들이 글 속에서 하나씩 자리를 찾았다.

글쓰기는 단순히 지나온 일을 기록하는 일이 아니었다. 과거의 나를 다시 만나는 시간이었고, 지금의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었다.

어쩌면 나는 오래전부터 글을 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종이에, 컴퓨터에 적지 않았을 뿐 마음속에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살아왔다.


블로그를 시작한 지 2년이 조금 넘었다. 한 편 한 편 쌓인 글이 어느새 400편을 훌쩍 넘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온라인카지노 작가가 되었고, 이제는 나만의 온라인카지노북 《길 위에서 배우는 삶》에 글을 담고 있다.


돌아보면 글쓰기는 나에게 또 하나의 여행이었다.

익숙한 길을 걷다가도 새로운 풍경을 만나는 여행처럼, 글을 쓰며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했다.


여행하며 세상을 배우고, 글을 쓰며 나를 알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나는 길 위에 서 있을 것이다.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길에서도,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 마음의 길에서도.

그 길 위에서 만난 이야기들을 오래도록 기록하고 싶다.

삶을 기록하는 순간, 평범했던 하루도 나만의 이야기가 된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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