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행의 다섯 가지 맛에 대하여
유난히 매운 음식이 당기는 날이 있고, 새콤한 것이 먹고 싶은 날도 있다.
입맛은 그날그날 달라지는 것 같지만, 가만히 보면 내가 끌리는 맛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어 보인다.
우리가 유난히 어떤 음식의 맛에 끌릴 때가 있다. 그저 입맛이나 식습관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신기하게 몸에 부족한 기운을 음식의 맛으로 찾기도 한다.
이는 몸이 보내는 신호이면서,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마음의 반영이기도 하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는 다섯 가지 맛이 있다.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이다.
명리학에서 이 다섯 가지 맛을 오행의 기운과 연결해 보면
신맛은 목(木), 쓴맛은 화(火), 단맛은 토(土), 매운맛은 금(金), 짠맛은 수(水)의 기운으로 나타낸다.
맛은 단순히 혀로 느끼는 감각에 그치지 않는다. 오행의 관점에서 보면 각각의 맛에는 서로 다른 성질과 역할이 있다고 한다.
어떤 맛은 기운을 퍼뜨리고, 어떤 맛은 거두어들이며, 어떤 맛은 부드럽게 하고, 또 어떤 맛은 기운을 모아서 단단하게 만든다.
내가 요즘 어떤 맛에 유난히 끌리는지를 살펴보는 일은, 내 몸과 마음이 지금 어떤 기운을 필요로 하는지 들여다보는 작은 단서가 될 수도 있다.
오늘은 우리가 매일 아무렇지 않게 먹는 다섯 가지 맛 속에 어떤 오행의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찾아보자.
아기를 밴 임신부가 신맛에 끌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생명을 키우는 동안에는 몸이 목(木)의 기운처럼 생명력이 위로 뻗어나가려는 힘이 강해진다. 이때 신맛은 너무 뻗어 흩어지려는 기운을 안으로 모아주고, 새생명의 기운이 한 곳에 잘 머물도록 잡아준다고 본다
목(木)은 나무가 위로 뻗어 자라듯 기운을 올리고 펼치는 승발(升發)의 작용을 한다. 그런데 목에 해당하는 맛은 의외로 신맛이다. 신맛은 기운을 한 곳으로 모으는 수렴작용을 한다.
위로 뻗어 나가려는 목의 기운과, 안으로 모으려는 신맛의 작용. 서로 반대되는 힘이지만, 바로 그 차이가 서로를 조절하며 몸의 조화를 이룬다.
이런 이치다.
또한 목은 녹색을 상징하며, 오장 가운데에서는 간(肝)과 연결된다. 그래서 녹색의 기운은 간의 기운을 돕는 색으로 여겨진다.
화(火)는 쓴맛을 나타낸다. 화의 성질이 밖으로 발산하는 것이라면, 그 기운이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도록 조절하여 서로 균형을 이루게 한다.
오행에서 쓴맛은 기운을 단단하게 하는 성질로 본다. 기운을 단단하게 한다는 것은 기운이 밖으로 흩어지지 않고 안으로 모이는 것을 뜻한다.
마음이 들뜨거나 기운이 지나치게 밖으로 퍼질 때, 쓴맛은 흩어진 기운을 거두어들여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즉, 흐트러진 기운을 다스리는 힘이 있다. 지나치게 퍼지거나 들뜬 기운을 가라앉히고,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다.
그래서 쓴맛인 커피가 주는 자극은 정신을 또렷하게 하는 것과 연결된다. 달고 부드러운 맛이 편안하고 느슨하게 느껴진다면, 쓴맛은 입안에 강한 자극을 주어 몸과 정신을 잠시 긴장시키고 깨어 있게 하는 느낌을 준다.
쓴맛은 단순히 ‘쓴 음식’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흩어진 기운을 거두고 중심을 잡으며, 자신을 단단하게 하는 성질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화는 붉은색을 상징하고, 오장에서는 심장과 연결된다.
화의 기운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쓴맛을 지닌 커피를 즐기거나, 씁쓰레한 고들빼기김치 같은 음식을 유난히 좋아하기도 한다. 부족한 기운을 본능적으로 보충하려는 듯 끌리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유난히 좋아하는지 가만히 살펴보면, 그 안에서도 내 몸과 기운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발견할 수 있다.
토의 성질은 단맛으로 나타난다. 단맛은 음식에 들어가면 맛을 부드럽게 하고 자극을 완화시킨다. 물질을 이완시키고 긴장을 풀어주는 작용도 한다. 우리가 단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는 것도 이런 성질과 연결해 볼 수 있다.
토의 성질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가운데에서 조절하는 중화작용이다. 그래서 토는 다른 오행처럼 한 방향으로 뻗거나 움직이기보다, 여러 기운을 받아들이고 조절하며 순환을 돕는다.
토는 오장 가운데 비장인 위장과 연결되어 음식물을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기능을 한다. 색으로는 노란색을 상징한다.
금(金)은 매운맛을 나타낸다.
매운맛은 막힌 기운을 밖으로 발산하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매운 음식을 먹으면 몸에 열이 나고 땀이 나며 풀리는 느낌이 드는 것도 이러한 성질과 연결해 볼 수 있다.
반면 금의 기질은 수렴하는 데 있다. 금은 폐와 연결되며, 폐는 호흡을 통해 바깥의 공기를 받아들이고 몸에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매운맛은 발산하고 금은 수렴한다. 서로 반대되는 성질이지만, 바로 그 차이가 서로를 조절하며 조화를 이룬다.
명리에서는 사주에 금의 기운이 강한 사람에게 마른 체형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보는데, 체형은 오행 하나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며, 전체적인 사주의 구성과 체질을 함께 살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유난히 매운 음식이 당기는 것도 재미있다. 스트레스는 마음과 몸의 기운이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밖으로 치솟는 화(火)의 발산과 닮아 있다. 그런데 매운맛은 금(金)의 맛이다.
금은 흩어지는 기운을 거두고 정리하는 성질을 가진다. 그래서 화의 기운이 지나치게 발산될 때, 사람은 본능적으로 금의 자극적인 매운맛을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이것을 오행의 작용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매운맛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유난히 당기는 현상을 오행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흥미로운 연결이 된다.
수(水)는 짠맛을 나타낸다.
짠맛은 단단하게 굳은 것을 부드럽게 하는 작용을 한다. 그런데 부드럽게 하는 것은 불(火)의 역할이기도 하다. 불로 재료를 익히면 고기나 단단한 음식이 부드러워지는 것처럼, 수와 불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부드럽게 하는 성질을 지닌다.
수의 본래 성질은 기운을 모으고 응축하는 데 있다. 물이 한 곳으로 모여 농축되면 점점 진해지고, 마침내 단단하게 뭉친 것처럼 수는 정수된 본질을 안으로 모으는 기운이다.
응축하는 수의 기질과 부드럽게 하는 짠맛은 서로 반대되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서로 다른 힘이 어우러져 균형과 조화를 이룬다.
수는 오장 가운데 신장(腎臟)과 연결되며, 색으로는 검은색을 상징한다.
오행에서 음식의 맛은 각 오행의 본래 기질과는 다른 작용을 한다. 목은 위로 뻗는 성질을 지니지만 신맛은 기운을 모으고, 화는 발산하는 성질을 지니지만 쓴맛은 기운을 응축한다. 이처럼 오행의 기질과 맛이 서로 반대되는 작용을 하면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조절하고 조화를 이루게 한다.
결국 음식의 맛은 단순한 맛이 아니라, 몸의 기운을 조절하고 균형을 이루게 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우리가 음식을 먹는 이유는 섭취한 게 제대로 소화되고 각각의 기관에 흡수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다. 원래의 기능과 맛은 반대여서 서로가 조화를 이루어 중화시켜 준다.
사례 1)
이 사주에서 부족한 오행은 화(火)의 기운이다. 붉은색을 상징하는 화의 기운이 드러나 있지 않다.
화는 심장과 연결되고 쓴맛을 나타낸다. 따라서 화의 기운이 부족하다면 쓴맛이 나는 음식을 적절히 섭취하는 것이 건강을 돕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사례 2)
이 사주에는 검은색을 상징하는 수(水)의 기운이 없다. 수는 짠맛을 나타내고 신장과 연결된다. 따라서 명리학적으로는 짠맛을 지닌 음식이 부족한 수의 기운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푸른색을 상징하는 목(木)의 기운도 약한 편이다. 이 사주에는 사유축(巳酉丑)이 모여 금(金)의 기운이 강해지고, 강한 금의 기운이 목을 압박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목은 간과 연결된다. 따라서 명리학적으로는 간의 기운이 약하게 나타날 수 있는 사주로 해석할 수 있다.
< 참고 자료와 서적 >
* 《사주 테라피 》소담 김기한 선생 영상.
* 당신은 지금 잘못 먹고 있다 : 현대 영양학이 놓친 동양 약선과 음식 궁합의 비밀 / 미다스 북스 / 김명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