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과 여든이 주고받은 약속)
전혀 계획에도 없던 온라인카지노 시리즈가 되어 가고 있다.
사람을 데려오더니, 사람을 키우고, 이제는 사람을 붙잡아 둔다.
지난주 목요일 글에 댓글이 달렸다.
돈도 안 되고 밥도 안 되는데 자꾸 온라인카지노에 들어오는 이유를 내 글을 읽고 이제 알겠다고 했다. 꿈꾸는 거미 작가님께서 써 주신 댓글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덧붙였다.
“여든까지 꼭 쓰세요. 8년 뒤 내가 일흔이 되었을 때도 댓글 하나 남겨주세요.”
일흔을 앞둔 나에게 그 말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 문장을 읽고 나는 곧바로 그분의 글을 찾아갔다.
온라인카지노 첫 글로 쓴 「거미의 꿈」이라는 제목의 글.
자신을 ‘인간 거미’라 부르며 평생 실을 만들고 산업의 그물을 짜며 살아온 한 엔지니어의 글이었다. 그는 은퇴 후 나비를 꿈꾼다고 했다. 숫자로 지어진 집에서 살아온 사람이 이제는 문장으로 날아오르고 싶다고.
그 글을 읽으며 왜 자꾸 내 삶이 되돌아오는지 알 수 없었다.
생각해 보니, 그와 나는 같은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공정은 핑계를 받아주지 않았고, 방정식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답이 정해진 세계에서 살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제야 그 세계에서 걸어 나오고 있는 중이다.
그의 글 밑에 나도 댓글을 남겼다.
남궁준 선생님이라는 이름은 오늘 그의 글을 읽고서야 처음 알았다. 동굴 거미를 찾아다니던 한 학자의 삶이 실제로 있었다는 사실도, 그분이 거미 작가님의 스승이자 거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였다는 사실도 신기했다.
평생 하나의 대상에 붙들려 산 사람의 그 집요함이, 낯설지 않았다.
그 집요함 때문이었을까, 꿈꾸는 거미 님의 글에서 언급한 이문열 선생님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떠올랐다. 나는 그분의 바카라을 참 좋아했다. 특히 『변경』을 붙들고 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왜 거미 이야기가, 왜 그 소설 한 대목이 나를 그렇게 오래전으로 데려가는지 모르겠다.
내 나이 서른여섯에 한국 중학교 졸업장 하나로 영국 대학 입학시험을 준비하던 그 시절로.
그때 아들이 젖먹이였다. 밤새 우는 아이를 안고 함께 인수분해를 풀었다. 그 숫자는 문학이 아니잖아요. 답이 항상 정해져 있었죠.
그런데 지금 나는 그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세계에서 글을 쓰고 있다. 무엇을 써야 하는지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언제 끝날지도 정해져 있지 않은 세계. 어쩌면 그래서 이곳이 좋은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가 먼저 건네준 약속을 나도 그대로 되돌려주었다.
80살이 되면 이 글을 다시 찾아와 댓글을 남기겠다고.
살아 있으라는 약속을 주고받은 셈이다.
계속 쓰고,
계속 읽고,
그 자리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
돈이 되지 않는 곳에서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진심이 될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온라인카지노는 원고료를 주지 않는다.
대신 얼굴 모르는 사람의 삶 한 조각을 들여다볼 자격을 준다. 그리고 그 삶이 내 삶과 어디선가 포개지는 순간, 우리는 서로에게 이유가 되어준다.
살아갈 이유.
계속 쓸 목적.
다시 돌아올 약속.
밥도 되지 않고 돈도 되지 않는 이 시간들이 어느새 사는 이유의 한 조각이 되어 있었다.
목이 멘다.
그런데도 나는 지금 실실 웃고 있다.
행복해서.
얼굴 모르는 누군가가 빌어준 나의 “안녕과 장수“.
여든이 되면, 일흔이 되면 우리는 정말 이 자리에 돌아올까. 그때 서로가 여전히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얼굴 모르는 사람과 주고받은 약속 하나.
칠순에 받은 최고의 생일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