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을 앞두고 다시 쓰는 이야기)
조회수 3. 그게 내 온라인카지노의 시작이었다. 그중 둘은 내가 실수로 누른 것이었다는 이야기는 전에 한 번 썼다.
그로부터 예순 편이 지났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이제는 조회수 세 자리에도 "많이 컸다" 하고 흐뭇해한다.
글이 예순 편쯤 쌓이면 사람도 조금은 다르게 익는 모양이다. 처음엔 문장 하나 쓰는 데도 숨이 찼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나조차 모른 채 마침표부터 찍고 보는 식이었다.
일단 지르고 보는 김치찌개랄까. 간은 나중에 보면 된다는 마음으로.
그런데 요즘은 내가 쓴 글을 다시 읽다가 "어, 이거… 나쁘지 않은데?" 싶어서 혼자 뿌듯해할 때가 있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문장이 조금씩 짧아지고, 군더더기는 알아서 떨어져 나갔다. 45년 동안 눈치는 체험판이었지만, 글쓰기는 어느새 정식 버전으로 몰래 업데이트되고 있었나 보다.
결제도 안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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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면 나는 진짜 일흔이다.
예전 글에서 이미 칠순이라 쓴 적이 있는데, 그건 한국 나이 기준이었고 이번엔 양력 생일이다. 내 여권에 그렇게 적혀 있다. 8월 24일.
일흔이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가 있을 법한데, 이상하게 무섭지는 않다. 오히려 요즘처럼 하루하루를 실실 웃으며 산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일흔이 되면 다들 인생을 정리한다는데, 나는 정리는커녕 이제 겨우 옷장 문을 열어본 기분이다. 그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도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이렇게 다시 살아나는 데에는 결국 사람이 있었다. 하트 하나, 댓글 하나, 공감 하나가 사람을 통째로 데려올 줄 온라인카지노를 시작한 올 1월의 나는 상상도 못 했다.
실제로 얼굴을 마주한 사람은 딱 한 분이다. 이 온라인카지노에 처음 댓글을 남겨준 이. 한국에 들어갔을 때, 밀양역 개찰구 너머에서 손을 흔들며 찾아주신 분.
다른 분들은 전부 화면 속에서 왔다. 와이파이 하나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내 하루를 들락날락하다니, 이건 거의 마법이다.
그러면서 조금씩, 중요하다고 믿었던 것들의 순서가 무단으로 재배치되었다. 평생 붙들고 살았던 것들이 생각보다 별거 아닐 수도 있다는 걸, 반대로 별거 아니라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나를 지탱해 온 기둥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평생 '눈치 없는 이방인' 소리만은 듣지 않으려고, 억양과 표현까지 원어민처럼 맞추느라 혀에 쥐가 나도록 연습했고, 말 한마디를 하고도 '이게 맞았나?'를 몇 번씩 되짚으며 45년을 그렇게 버텼다.
그런데 요즘은 그 서툰 말투 그대로, 고장 난 번역기 같은 문장 그대로 글을 쓴다. 감추지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그랬더니 오히려 그 삐걱거리는 문장들이 사람들을 더 오래 붙잡아 두었다.
내 약점인 줄 알았던 것이, 알고 보니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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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것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글을 쓰면서 사람이 저절로 걸러졌다.
친구들이, 가족이, 형제들이 읽어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처음에는 애교까지 부려가며 읽어달라 했지만 조용했다. 솔직히 꽤 서운했다.
그런데 그 자리를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채워주었다. 다음 글을 기다려주고, 내가 흘린 한마디를 기억해 주고, 가끔은 내가 못 본 척한 것을 기어이 짚어주는 사람들.
가까이 있다고 반드시 나를 보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사람은 평생 곁에 있어도 내 마음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어떤 사람은 화면 너머 한 줄로 내 속을 먼저 알아보았다.
계약서 한 장 없이 맺어진 관계가, 도장 찍힌 관계보다 오히려 더 정직할 때도 있었다.
온라인카지노는 아무 말 없이 댓글과 하트로 보여준다. 누가 나를 오래 알고 있는지가 아니라, 누가 지금의 나를 보고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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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안 되고, 밥도 안 되는 이 공간이 어느새 사람을 넘어 나를 키우고 있었다.
문장을 키우고, 마음의 그릇을 키우고, 사람을 보는 눈을 키우고, 일흔이 되어도 여전히 자랄 구석이 남아 있다는 걸 가르쳐준다.
처음에는 온라인카지노에 글을 쓰면 누군가가 나를 알아봐 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예순 편을 쓰고 보니, 온라인카지노가 해준 일은 나를 유명하게 만드는 게 아니었다. 내가 나를 조금 더 알아보게 만든 것, 그래서 나는 오늘도 쓴다.
늘어난 건 라이크 숫자만이 아니다.
늘어난 건, 나였다.
통장 잔고만 빼고, 전부.
칠순의 문턱에서 받은 선물치 고는,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