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adbottom에서 뽕 터진 날

(영국 시골, “넓은 엉덩이” 마을에서 차오른 국뽕.)

by류정uk


미군 트럭 뒤에서 초콜릿을 줍던 나라가, 이제는 외국인이 “이건 나라가 아니라 서비스다”라고 말하는 나라가 됐다.

그 글에 달린 댓글 하나.


“국뽕이 차오르네요.”


그때 나는 생각했다.


뭐, ”국산 뽕나무?”

아님, ”한국이 방귀라도 뀌었나?“


뽕이라니. 결국 ChatGPT를 찾아갔다. 언어학 학사까지 받은 사람이 자기 모국어를 AI한테 배우는 장면이라니….


그런데 오늘, 그 감정을 실제로 이해하게 된다.


내가 사는 곳은 영국 북부의 작은 마을, 브로드보텀(Broadbottom).

직역하면 “넓은 엉덩이”다.


이걸 처음 깨달았을 때 잠깐 멍했다. 마흔에, 영국 대학에서 일문학을 공부한 한국여자가 결국 “넓은 엉덩이”에 살고 있다니,

인생이 참.


그런데 오늘 아침, 그 넓은 엉덩이 마을에서 내 안의 국뽕이 -


뽕!


이 단어, 발음이 묘하게 방귀 소리 닮지 않았나.


넓은 엉덩이, 그리고 뽕.


이 조합이 이렇게까지 완벽할 줄은 정말 몰랐다.


이 마을은 인구 천 명 남짓의 조용한 영국 시골이다. 체감으로는 절반 이상이 노인이다.


오래된 선술집 하나, 중국집 테이크어웨이, 가든 센터. 늘 느리고 조용해서, 그래서 오래 머물게 되는 곳이다.


고향 친구 순득이가 이 마을을 보더니 말했다.


“아, 그래서 네가 다시 돌아오는구나.”


오늘 아침, 우유가 떨어졌다. 가든 센터 안 작은 슈퍼마켓으로 갔다. 늘 그렇듯 별 기대 없이 들어갔다.


그리고 거기서 잠깐 멈췄다.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김치.

된장.

고추장.


그것도 가게 가장 앞 선반의 내 눈높이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이 마을 인구는 천 명 남짓.

한국 사람은 나 하나다.


그런데 그 작은 슈퍼의 첫자리를

한국의 맛이 차지하고 있었다.


우유를 사러 갔다가 애국심을 먼저 마주한 셈이다.


나는 한동안 그 앞에 서 있었다.

그때 문득 그 댓글이 떠올랐다.


“국뽕이 차오르네요.”


아, 이게 그거구나.



우연치고는 너무 정확하다.


한국의 ‘뽕’이,

내 주소 ‘엉덩이’와

오늘 아침 한 자리에서 만났다.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곳에서,

나만의 조국이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다.

그 넓은 엉덩이 마을에서

내 안에서 뭔가가 차올랐다.


아주 조용히.


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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