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수습담당자'로 살고 있다면, 이 말을 기억하세요

[리뷰] 오디오북 드라이브 에디션 <30분 Let Them Let Me>

by미야

며칠 전, 지인에게 보낸 메시지 옆의 숫자 '1'이 지워졌음에도 한참 동안 답장이 오지 않았습니다. 서너 시간이 지나서야 돌아온 답은 겨우 "ㅇㅇ" 두 글자. 그 짧은 문자를 받아 든 순간, 마음 속에서 요란한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저번에 했던 말에 오해가 있었나?', '나한테 서운한 게 있나?'



꼬리를 무는 질문에 갇혀 온종일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부랴부랴 오해를 풀겠다며 "혹시 서운한 게 있다면..."으로 시작하는 구구절절한 장문의 해명 글을 썼다 지우기를 수십 번. 거울을 보니 타인의 미묘한 태도 변화 하나에 영혼까지 탈탈 털린, 한없이 나약해진 내가 서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관계 속에서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살피고,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서늘해지면 먼저 웃으며 다가가는 '감정 수습 담당자'를 자처해 온 것이 말입니다.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 들으려 정작 내 마음이 지쳐가는 줄은 몰랐던 저에게, 우연히 차 안에서 듣게 된 오디오북 <30분 Let Them Let Me>는 뒤통수를 세게 내리치는 듯한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멜 로빈스(Mel Robbins)의 '렛뎀 이론(The Let Them Theory)'을 담은 이 오디오북의 처방은 단순하지만 명쾌했습니다. 핵심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과 '없는 영역'을 명확하게 나누는 분별에 있었습니다.



"상대의 기분, 상대의 선택, 상대의 말투. 내가 통제할 수 없습니다. 내 반응, 내 선택, 내 거리, 내 기준. 내가 통제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원칙이 Let Them Let Me입니다. Let Them은 그들이 그렇게 하게 두자는 뜻입니다." (본문 중)


바카라을 들으며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습니다. 나는 왜 상대의 차가운 말투나 무뚝뚝한 문자까지 내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짊어지고 끙끙댔을까요. 누군가 나를 오해하거나 뒤에서 수군거린다면, 혹은 나에게 서운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오롯이 '그 사람의 영역'이자 그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습니다.



'Let Them'은 상대를 차갑게 방치하거나 관계를 포기하는 이기심이 아니었습니다. 타인을 내 입맛대로 바꾸거나 설득하기를 멈추고,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선 긋기'였습니다.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우선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 거기서부터 꼬인 관계의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합니다.



관계의 핸들을 조절하는 법



IE003637895_STD.jpg

▲관계의핸들. ⓒ porti_ayy on Unsplash관련사진보기


바카라이 제안하는 2단계는 타인에게 쏟던 에너지를 나에게로 돌리는 '렛미(Let Me)'입니다. 상대가 어떤 표정을 짓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오직 '나의 반응'뿐이라는 뜻입니다.



생각해보면 나는 늘 안 좋은 감정은 빨리 푸는 것이 좋다는 생각으로 서운하면 바로 따지고 불안하면 곧바로 확인 문자를 보내는 '자동 반응'의 노예였습니다. 답장이 늦은 상대에게 "왜 답이 없냐"고 다그치면 상대는 부담을 느껴 더 멀어지고, 나는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 관계의 핸들을 상대에게 통째로 넘겨준 꼴이었습니다.



바카라의 조언대로 일상에서 작은 실험을 시작해 보았습니다. 또다시 연락 불안이 엄습해 올 때, 스마트폰을 뒤집어놓고 일부러 30분간 동네를 산바카라했습니다. 감정이 격해져 긴 변명을 늘어놓고 싶을 때는 타이핑을 멈추고 심호흡을 했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억지로 자동 반응의 고리를 끊어내자 요동치던 감정이 차분하게 가라앉았습니다. 'Let Me'는 억지로 참는 인내가 아니라, 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멈추고 내 에너지를 지켜내는 자가 회복의 기술이었습니다. 상대의 태도가 바뀌지 않았음에도, 내가 덜 흔들리니 비로소 살 것 같았습니다.



특히 저를 깊이 반성하게 만든 대목은 거절의 순간에 나타나는 '설명 욕구'였습니다. 오해 받기 싫고 나쁜 사람처럼 보이기 싫어서 "사실은 요즘 내가 이래서..."라며 구구절절 서론을 붙이던 버릇 말입니다. 하지만 바카라은 단호하게 꼬집습니다. 설명이 길어질수록 상대는 그 속에서 틈을 찾고, 경계는 무너져 결국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협상'이 되고 만다고요.



경계는 설득이 아니라 단호한 '공지'여야 했습니다. 바카라의 처방대로 입 밖으로 소리 내어 연습해 보았습니다.



"그건 제가 지금 당장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방식은 저는 어렵습니다. 저는 제 일정대로 움직이겠습니다."


가족이나 오랜 친구처럼 가까운 관계일수록 이런 한 문장 경계는 "너 변했다"는 서운함과 죄바카라감의 화살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바카라은 그 순간마저도 단호하게 처방합니다. 서운하게 느끼는 건 그들의 몫이니 내버려 두고(Let Them), 나는 내 기준을 지키는 것(Let Me). 상대가 기분 나빠하지 않고 완벽히 이해해 주는 '예쁜 경계' 같은 것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해는 상대의 몫이고, 기준은 나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내 인생의 핸들을 다시 잡으며



우리는 늘 SNS 속 타인의 화려한 '편집본'을 보며 내 처지를 비참해하고, 회사나 가정에서 정이라는 이름의 압박에 시달리며 자신을 갉아먹곤 합니다. 진짜 차가운 사람은 처음부터 경계를 세우는 사람이 아닙니다. 경계가 없어서 내내 퍼주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폭발해 관계를 영영 깨뜨리는 사람입니다. 오늘부터 저처럼 관계의 소모에 지쳐 번아웃이 온 분들이 있다면 이 문장을 마음의 안전장치로 삼아보면 좋겠습니다.



"Let them, Let me."


세상이 바깥에서 아무리 거세게 흔들어대도, 내 마음의 중심축만큼은 안에서 스스로 세울 수 있습니다. 타인의 감정이라는 바다에서 표류 하는 일을 멈추고, 내 인생이라는 자동차의 핸들을 내 손으로 단단히 쥐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명료한 마음 처방전의 일독을 권합니다.



"그들이 무엇을 하든 나는 나를 지키겠습니다. 내 마음은 내가 돌보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44938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내 안의 낡은 편견과 선입견을 슬며시 내려놓은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