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낡은 편견과 선입견을 슬며시 내려놓은 이유

우연히 만난 착한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by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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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컷(주)NEW


우연히 클릭했는데 꽤 괜찮은 영화를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지나가다 신호등에 걸려 잠시 멈추어 선 차창 너머로 눈부신 꽃무리를 보게 되는 것과 같은 기분이 된다. 공광규 시인이 〈정지〉에서 말한 '잠시 멈추어 선 자리에서 비로소 보이는 소중한 것들'처럼, 바쁜 일상 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화사한 온기가 마음에 차오르는 그런 기분 말이다.



출장이 생겨 한 달 만에 집에 들렀다 하룻밤을 머무르게 됐는데, 마침 오전 시간이 조금 여유로워 넷플릭스를 켰다. 첫 화면에 뜬 영화는 바로 육상효 감독의 〈나의 특별한 형제〉(2019). 배우 신하균과 이광수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세상을 향해 날리는 짜증을 연기하는 데 신하균을 따를 배우는 없는 듯하다. 지적 장애 역을 맡은 이광수 역시 특유의 손짓과 어수룩하면서도 맑은 표정 연기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을 뽐낸다. 그야말로 찰떡 배역이다. 두 배우의 호연은 시작부터 관객을 스크린 속으로 완벽하게 몰입하게 만든다.



'최선의 돌봄'이라는 이름의 편견, 그리고 주체성을 잃은 동구



영화는 머리 좀 쓰는 형 세하(신하균 분)와 몸 좀 쓰는 동생 동구(이광수 분)의 어울림을 따뜻하게 그려낸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두 장애 남성이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깊은 감동을 준다. 오른손으로는 자기 입에 치킨을 넣고, 왼손으로는 형의 입에 치킨을 물리는 동구, 도장이 무엇인지 모르는 동구에게 그 특징을 자세하고 천천히 하나하나 알려주는 세하의 모습처럼, 두 사람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20년이 넘는 세월을 '한 몸'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이들의 보금자리였던 '바카라임의 집' 원장 신부님이 돌아가시면서 두 형제는 세상의 냉혹한 시선과 마주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헤어졌던 동구의 친모가 나타나 동구를 데려가면서 갈등은 극에 달한다.



친모의 집으로 간 동구의 삶을 비추는 장면은 이 영화가 가진 가장 날카로운 질문 중 하나다. 세하가 더러운 것을 싫어하기에 평소 정리정돈과 설거지에 일가견을 보였던 동구였다. 그런 동구가 바쁜 식당에서 엄마를 도우려 그릇을 씻어 쌓다가 그만 넘어뜨리고 만다. 그러자 엄마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한다. 비장애인의 시선, 혹은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는 그것이 최선의 돌봄이자 사랑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관객의 마음은 한없이 불편해진다. 형과 동생이 함께 살 때는 자기 입에 하나, 형 입에 하나 두 개의 칫솔로 다정하게 양치를 하던 동구였고, 라면을 정성껏 식혀 형의 입에 넣어주며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던 동구였기 때문이다. 비장애인의 기준에서 '보호'라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배려가, 때로는 장애인의 주체성과 일상을 빼앗는 또 다른 형태의 선입견이 될 수 있음을 영화는 아프게 꼬집는다.



법정에서 '장애인끼리 사는 것'과 '비장애인 가족과 사는 것' 중 어느 쪽이 바람직하냐 묻는 변호사의 질문에 세하는 담담하지만 강하게 쏘아붙인다.



"변호사님은 가족을 선택해서 태어나셨습니까? 함께 살아가는데 장애인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둘이 살다가 불이 나면 119에 신고를 해야죠. 비장애인은 불이 나면 안 위험합니까?"



그리고 이어서 터져 나온 세하의 말은 우리가 가진 편견의 벽을 통렬하게 허문다.



"그렇게 완벽한 사람들이 왜 동구가 필요합니까? 우리 신부님이 그랬어요. 약한 사람들이 돕고 사는 거라고. 약한 사람들은 약해서 남을 도울 수 있는 거라고. 혼자만 생각하면 죽을 수밖에 없지만 다른 사람을 돕고 같이 생각하면 죽지 않는다고. 내가 동구를 이용했다면 동구도 나를 이용한 겁니다. 동구가 나를 도왔다면 나도 동구를 도운 겁니다. 그렇게 우린 같이 살아온 거라고요."



우리는 흔히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돕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영화는 박주민 신부(권해효 분)의 입을 빌려 '약하기 때문에 서로의 부족함을 누구보다 잘 알아서 도울 수 있다'는 공생의 가치를 전한다. "누구나 태어났으면 끝까지 살아갈 바카라임이 있다"던 신부님의 가르침은 두 형제가 부족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세상을 향해 당당히 자립할 수 있는 단단한 뿌리가 됐다.



이들의 공생을 편견 없이 바라봐 준 주변 인물들의 시선 또한 따스하다. 구청 수영장 아르바이트생이자 취업 준비생인 미현(이솜 분)은 스펙을 쌓기 위해 봉사를 시작했지만, 세하와 동구를 연민이나 동정의 대상이 아닌 그저 삶의 궤적을 함께 걸어가는 '평범한 친구'로 대한다. 7급 슬롯복지 공무원 송석두 주사(박철민 분) 역시 서류상의 행정을 넘어 두 형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자립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울타리를 함께 고민해 주는 진짜 이웃이었다. 이들의 시선이 있었기에 두 형제는 세상의 횡포 속에서도 끝내 서로의 손을 놓지 않을 수 있었지 않나 싶다.



관객과 평단이 모두 먼저 알아본 '진심'



이 영화가 안겨주는 담백하고 따뜻한 위로는 비단 나만의 일방적인 감상이 아니었다. 개봉 당시 〈나의 특별한 형제〉는 장애라는 무거운 소재를 자극적이지 않고 진지하게 풀어낸 '잔잔한 힐링물'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관객과 평단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특히 당시 극장가에 흥행 돌풍을 일으키던 초대형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엔드게임〉과의 경쟁 속에서도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개봉 18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배우들의 호연 역시 평단의 뜨거운 인정을 받았다. 주연을 맡은 신하균과 이광수는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는데, 특히 예능에서의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지적 장애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이광수는 제56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부문 남자 조연상을 수상하며 연기 인생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영화가 가진 진정성과 대중성이 모두에게 통했음을 증명한 셈이다.



영화 속 미현과 세하의 대화는 유독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나중에 과학이 발달해 일어설 수 있으면 무엇이 하고 싶냐는 미현의 질문에 세하는 말한다.



"음, 약속 시간에 늦어서 뛰어가 보고 싶지."



보통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아무렇지 않은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바라는 절실한 희망이라는 사실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내가 당연하게 누리는 평범한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꿈일 수 있다는 깨달음 앞에, 나는 좀 더 겸손하게 내 삶을 대면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영화는 광주광역시에 사는 두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나약한 존재들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잘못과 실망까지 받아들이고 견뎌내며 영원한 사랑을 증명해 내는 과정은 실화가 주는 깊은 울림이다.



함께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은 외적인 조건이나 장애의 유무가 아니라, 서로를 존재 자체로 인정하고 채워주려는 마음일 것이다. 오늘 나는 내 안의 낡은 편견과 선입견을 슬며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내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들을 조금 더 소중하게 품어 안으며, 잔잔히 흘러나오는 엔딩 크레딧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https://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3244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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